"기업규제 3법 통과에 무력감을 느낀다. 내용 뿐만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의 기업규제법 강행 처리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도 재계의 호소를 묵살한 여권의 태도에 좌절해 사임했다.

정치권의 인기 영합주의적 '반기업' 여론몰이에 재계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에 민·관이 힘을 모아도 부족한 판에, 거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기업규제법 처리에 합세하는 모습에 경제단체들의 상실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기국회부터 지금까지 경제입법 관련해서 재계의 목소리는 사실상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우려 또한 무시당했다.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의 반발은 마이동풍격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그나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나눠 3% 의결권을 주는 수준의 개정만 한 채 사실상 거의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감사위원은 이사로서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과 사업전략도 세운다"며 "외부 투기 세력을 대변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감사위원에 선임되면 기술 유출은 물론 기업경영에 중대한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역시 마찬가지다. 올 초 주요 경제단체들이 거의 매일같이 국회에 들어가 신중한 검토를 읍소했지만, 결국 강행 처리됐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처리가 불가피하다면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변경하고, 사업주 처벌 기준을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에 "경영계가 그동안 뜻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제정을 합의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최근 군불을 때고 있는 이익공유제 등을 통한 정부의 기업 경영 간섭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의 사임 역시 이 같은 현실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여권이 180석 이상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친 노동적 정책을 들고나오면서 경영계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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