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가전주부' 청소기부터 컴퓨터·자동차까지 쉽고 친근한 리뷰로 30만 구독자 주부 입장에서 사용 후기도 인기 전직 아나운서로 명확한 화법 유튜브 콘텐츠 전달력 높여
유튜브 속에서 공공연히 '남자의,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채널로 손꼽히는 분야가 있다. IT(정보기술) 기기나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테크' 분야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분야인 만큼 남성 유튜버들이 인기 차트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차트 속에서 묘한 조합의 두 단어로 이루어진 한 여성 유튜버의 이름이 눈에 띈다. '가전주부'. 본명은 최서영, 결혼 6년차 주부다.
평소 신상 IT기기에 관심이 많고 중고품 거래를 즐겨하던 최서영 씨는 2017년 어느 주말, 당시에 리뷰 콘텐츠가 거의 없던 '델 XPS 9560' 노트북 사용후기를 재미삼아 만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많은 조회 수가 나오자 가지고 있던 전자제품들을 하나씩 리뷰해 올리기 시작했고, 1년 여 만에 구독자 10만 유튜버 '가전주부'가 됐다. 2019년 5월 20만 명, 2020년 11월 30만 명 구독자를 달성한 그는 이제 청소기·공기청정기·냉장고 등 생활 밀착형 가전제품과 노트북·컴퓨터·핸드폰 등 IT 기기, 심지어 자동차까지 아우르며 리뷰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순위 시스템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채널 '가전주부'는 현재 구독자 수 32만 명, 누적 조회 수 6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높은 인기 채널에 속한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가전주부'는 지난 1년간 매달 최소 1500건 이상 검색된 인기 키워드로, 특히 최근 3개월간은 평균 2500건의 검색량을 기록하고 있다"며 "블로그, 카페 등에서 가전주부를 언급하는 콘텐츠의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러한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미국 USC 박사·현 서울대학교 공공성과관리센터 초빙연구원)는 "다른 테크 유튜버들과 달리 가전주부가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친근하고 쉬운 리뷰"를 꼽는다. 테크 분야를 전공한 것도, 주부가 되기 전 커리어가 테크 분야와 관련된 것도 아닌 그의 리뷰 철학은 '무조건 쉽게 설명하자'다.
대부분의 테크 유튜버들이 화려한 전문용어, 특히 일반인들은 와닿지도 않는 스냅드래곤이니 엑시노스이니 865이니 870이니 한자리 숫자에 집착하며 소위 'IT 외계어'를 구사할 때, 그는 최대한 '일반인들의 언어'를 사용해 현실적인 리뷰를 한다. 전자렌지의 장단점을 알기 위해 라면을 끓여보고, 청소기 성능을 알기 위해 바닥에 떨어진 밀가루를 빨아들여보는 식이다.
다른 남성 유튜버들과 달리 주부의 입장도 리뷰에 담아 새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덕션은 장점이 많지만 역시 곰탕 끓이기에는 가스렌지가 최고라는 독창적인 리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가전주부다. 그의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203만뷰의 건조기 리뷰 영상('건조기 사기 전 꼭 봐야하는 영상! 빨래하다 열받은 가전주부의 의류건조기 장단점 솔직리뷰!')은 그가 실제로 3년간 사용한 건조기에 대한 장단점을 소개하고 있어, 가장 신뢰가 가고 현실적인 리뷰라는 평을 받는다.
가전주부의 리뷰는 '믿고 보는 영상'으로도 유명하다. 구독자가 20만 명 정도이던 시절, 유튜브 광고 수입이 300만 원 가량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던 그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수익이 적은 이유에 대해 "영상 속 중간 광고를 넣거나 협찬 받은 제품을 리뷰하는 것이 불편해 최대한 자제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내가 갖고 싶고 내가 써보고 싶은 물건만을 리뷰한다'는 철칙을 세우고 있다. 이것이 리뷰 콘텐츠 제작자로서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전직 채널A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좋은 발성과 화법, 매력적 외모를 가지고 있는 점 또한 인기 요소다. 실제 그는 5년 여 정도의 아나운서 경력이 리뷰 유튜버로서의 전달력을 높이고 영상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한 방송국에 소속된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힘들어 결국 주부가 되는 길을 선택한 그였으나, 최근 IT제품 행사 진행, 방송매체 출연까지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그의 행보에 과거의 경력은 든든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가전주부는 본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차별성'을 꼽곤 한다. 그는 주로 살림, 육아, 요리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보통 주부'의 틀에 갇히지 않고 가장 좋아하고 관심있던 테크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자신만의 차별성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현재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오늘도 어제와 다른 나, 남들과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주부들의 우상이자 새내기 유튜버들의 롤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