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는 미국 현지에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SK측이 건설중인 미국 배터리 공장 소재지인 조지아주부터 SK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포드 등 완성차업체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판결을 검토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인 '60일'내 LG와 SK간 합의가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와 폭스바겐·포드 등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판결 이후 각각 입장문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달라"
대규모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조지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켐프 주지사는 "불행히도 ITC의 최근 결정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고,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LG와 SK의 합의를 촉구했다.
현지 외신도 이번 ITC의 판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두 기업의 마찰은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며 "또 바이든 대통령은 ITC의 결정을 진전시킬지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ITC가 SK이노베이션에 패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포드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판결은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내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 계획 노력에도 복잡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거부권? LG와 합의?…60일 시한
SK의 마지막 희망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미국 대통령은 60일의 심의 기간을 거쳐 ITC의 판결을 승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 측이 판결 직후 "유예기간과 남은 절차(대통령 심의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번 ITC 결정이 미국의 관련 산업 생태계 발전 및 전기차 소비자 안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힌 이유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ITC의 판결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단 6건에 불과한데, 이중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서는 거부권이 한 건도 행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K가 이 60일간 LG와의 협상에 본격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합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고,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카드가 하나라도 남아있는 기간이 60일"이라며 "이 기간 SK가 전보다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LG 측도 SK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지난 11일 콘퍼런스콜에서 "SK와의 배상 협상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진행해왔고 최종결정이 났으니 조만간 협상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SK가 진정성있는 자세로 어떤 안을 제시한다면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