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2년 공방' 종착점 임박…'조기패소' 그대로 확정 대통령 거부권 최종변수…심의 지나면 수입금지 굳어져 신경전 여전 "일자리 창출 등 어필"vs"미합의 시 단호한 대응"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지사업본부)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 측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신청한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LG 측 주장을 인정하는 최종 심결(determination)을 내렸다.
ITC위원회는 이번 최종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제출한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리스트를 확정했다.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포드·폭스바겐 일부 제품만 유예…기수입 제품도 판매금지= 단 제한적으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용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의 MEB(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수입을 허용하고,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리·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ITC는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제한적으로 수입 허용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는 추후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해 보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9년 4월 29일 미국 ITC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ITC는 지난해 2월 예비 심결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 측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지난해 4월 ITC가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린데 이어 최종 결정을 세 차례 연기하면서, 업계에서는 조기 패소 결정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ITC는 원심대로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ITC는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수행하는 대통령 직속 연방 준사법기관이다. 행정기관으로서 미국 내 수입, 특허 침해 사안을 판정한다. ITC는 특허, 영업비밀 등을 포함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지 못하도록 배제명령을 내리거나 미국 내 수입·판매를 금지하는 중지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ITC이 최종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제 남은 수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60일 간의 심의를 거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SK이노베이션이 이 기간 동안 공탁금을 내면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이 일시 중단된다.
60일의 심의 기간이 지나면 소송은 최종 확정되고, 거부권 행사나 양사간의 합의가 없으면 그 즉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가 시작된다. SK이노베이션이 심의기간 종료 이후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침해중지 효력은 계속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ITC 설립 100여년의 역사 가운데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된 적이 없으며, 2010년 이후 ITC의 이 같은 최종 결정 이후 최종항소법원에서 결과가 바뀐 적도 없었다고 전했다.
◇SK "유예는 다행, 남은 절차 최선"vsLG "소모전 지속 시 모든 책임 져야"=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ITC의 결정으로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과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서달라"며,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제는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작년 2월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경쟁사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