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지음/창비 펴냄
어떤 죽음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무수히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가족과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평온하게 눈감는 것은 행복한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극소수에만 주어진다. 대부분이 고통에 시달리다가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의사들은 환자가 밥을 잘 먹지 못하면 억지로 영양을 공급하고, 숨을 잘 쉬지 못하면 기도삽관을 한다. 당사자나 보호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연명치료의 굴레에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 사망의 자연스러운 단계가 모두 처치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하는 '죽음의 의료화'는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의 연장 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까지 끼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안긴다.
이 책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의학이 죽음을 더욱 외면하는 '역설적인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가 알아야할 죽음을 주제로 한다.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일어나는 일이 죽음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병원에서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병원의 '죽음 비지니스'에 포획되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저자는 30년간 의료현장 일선에 있으면서 준비 없이 맞이하는 죽음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수없이 지켜봤다. 동시에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현대의학이 늙음과 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처럼 호도하면서 사람들이 오히려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노화와 죽음의 의미,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능 저하와 대처법, 노인 장기요양보험 이용법, 임종장소 선택에 고려할 점 등이 담겨있다. 또한 가족의 입장에서도 언제부터 마음을 정리하고 죽음에 관해 대화해야 할지, 행정적으로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저자는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반복해 병원 신세를 지다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한국 현실에서 이 책은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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