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가 오는 8일 국회에서 논의된다. 국민의힘은 미국과 다른 정 후보자의 비핵화 인식을 우려해 부적격이라고 보고 있지만, 거대의석을 쥔 여권에서 밀어붙일 경우 채택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8일 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여권에서는 정 후보자가 2018년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중재한 경험자라는 측면에서 외교부 장관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으나 국민의힘에서는 '실패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주도했던 정 후보자가 다시 외교부 장관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한미 동맹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했다.
여야 간 이견이 가장 큰 지점은 지난 5일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총 비서의 비핵화 의지는 아직도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당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가 지난 2018년 북한과 미국을 다녀온 뒤 김 총 비서의 비핵화 의지를 전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실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나, 이에 정 후보자는 "비핵화 협상이 중지됐지만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김 총 비서의 비핵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도 김 총 비서의 비핵화 의지를 높게 보지 않고 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는 아직도 있다'는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개발과 고급 기술 확산 의지는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킨다"고 못박았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두고도 "국제 평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남북·한미 외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도 계속 정치적 쟁점이 되는 상황이어서, 여권이 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거나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당분간 대미·대북 외교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1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김 총 비서에 건넨 USB 파일을 공개하라고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정 후보자는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해서는 "검토한 적도 문건을 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당시 여러 매체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어야 한다는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아마 그런 것을 보고 (산자부가 보고서를 작성)한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