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2·4 공급 대책을 통해 새로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두고 벌써 말들이 많다. 사업 추진 단지들은 정부가 수익성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제안에 기대감을 표명하면서도 '공공'이라는 딱지 때문에 자칫 저가 아파트로 낙인찍힐까 주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2·4 대책일을 기준으로 개발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하겠다는 방침이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역에서는 2·4대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워낙 인프라가 노후화된 데다 사업 추진도 지지부진한 강북 일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관심을 보이지만 강북은 '공공'이라는 딱지 때문에 사업 추진에 주저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성북5구역 관계자는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시급한데 정부가 사업에 직접 나서고 수익성까지 보장한다니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권 재건축 대표 단지인 은마·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사업성이 충분한데 굳이 공공에 맡기면 고급 아파트 이미지만 훼손한다는 것이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작구 흑석2구역은 토지 수용 방식에 대한 토지주들의 반감으로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공공이 주 시행자로 나서서 주민협의기구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지만, 공공직접시행은 소유자가 공공에 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달라 반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 사업 방식 기대수익의 10∼30%포인트를 추가로 보장하겠다지만 자기 땅을 내놓고 공공이 사업을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소유주는 없다는 것이다.
2·4 대책이 적용되는 개발사업 지역에서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에겐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반감이 크다. 정부가 공공 시행 재개발·재건축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구역 내 기존 부동산에 대한 신규 매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주택이나 상가의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서울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공공 직접 시행은 대책 발표 기준일부터 매수자들이 조합원 지위를 양수할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니 이에 대한 반감이 큰 반면 공공재개발은 주택 분양 권리 산정 기준일이 공모 공고일인 작년 9월 21일이라 그때 이후 지분 쪼개기에 의한 입주권이 유효하지 않을 뿐이어서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 측면에서 공공재개발이 공공직접시행보다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부동산 카페 등에는 "아직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대상지가 한 곳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피해서 집을 사란 말이냐", "이제 집을 잘못 샀다간 나중에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청산 당하는 거 아니냐", "개발 폭탄을 피해 신축 아파트만 사거나 계속 전세만 살아야 하는 거냐" 등의 불만이 제기된다.
정비사업 추진 단지에서는 정부 규제가 과도하게 재산권을 제약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개발 사업이 끝날 때까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며 입주권을 주지 않는다는데, 아무리 새 아파트를 지어도 누가 동네로 이사오겠냐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자 매수까지 제약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지 지정 전 매입자에게 현금청산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변창흠(사진) 국토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