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대비 중금리 대출 실적 미미
고신용자 비중 늘고 저신용자 되레 줄어
금융당국 "시중은행과 똑같은 영업방식"
윤호영 대표 "지난해보다 획기적 제고"

출범 4년차에 접어든 카카오뱅크가 뒤늦게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대출 문턱을 낮춘다는 출범 취지를 망각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정을 손보면서까지 혜택을 줬지만, 기존 금융권과 같이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 창출에만 몰두했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는 2일 2021년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올해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영역은 중금리와 중저신용자 대출"이라며 "공급 예정 규모는 은행 건전성 유지, 리스크 관리 필요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지난해와 비교해 획기적으로 제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1조원, 지난해에는 1조400억원가량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했다. 정책중금리인 사잇돌대출과 자체 중신용대출을 합산한 액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총자산은 4조원 넘게 늘었고 순이익은 8배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고신용자 대출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래 신용대출을 포함한 자산은 계속해서 늘었지만 유독 중저신용자 비중은 되레 감소했다. 지난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출범 첫해인 2017년말 1~4등급 대출 비중은 87.9%였지만 지난해 6월말 93.5%로 늘었다. 반면 5~6등급은 같은 기간 10.2%에서 5.5% 반토막났다. 7등급이하 저신용자도 1.78%에서 0.87%까지 줄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중은행과 함께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방침을 전달받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이 시중은행의 10%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조치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허가 신청 당시 씬 파일러(Thin Filer)를 해소하고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지난 3년 시중은행과 똑같은 영업방식을 보였다"며 "혁신금융에 앞장서겠다는 출범 취지와는 어긋난 행태"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받은 뒤 자본확충이 난항에 부딪히자 '은산분리' 특례법의 혜택을 받기도 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과거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가 최대 10%에 불과해, 자본 확충에 제한을 받았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해 정보통신기술기업(ICT)의 은행 보유를 허용했고, 카카오는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추가 자본 확충을 통해 성장 가도를 달렸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3년은 '축적의 시간'이었으며 본격적으로 중금리 대출과 고객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출범 취지에 맞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누적된 수백만건의 대출과 십억건의 결제 이력, 모바일 이용자들의 행동 특성에 관한 데이터, 통신사 데이터를 반영한 비금융 정보 분석 데이터가 신용평가모형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금융기술연구소'는 카카오뱅크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룬샷' 조직으로 거듭난다. 테크핀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인공지능과 보안, 비대면 기술 개발에 초점을 둔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지난해 1136억원의 잠정 연간 잠정 순이익을 기록해 2019년 137억원에서 8.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출 자산 증가에 따라 이자 부문의 수익이 증가했고,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비스·신용카드모집대행·연계대출 등의 고른 성장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연간 기준 첫 흑자를 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공식화한 기업공개(IPO)는 연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시기를 묻는 질문에 윤호영 대표는 "주주총회 일정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하반기 정도로 예상한다"며 "주관사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