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경제 등 우선과제 제시 갈등 부른 정책들 일일이 되돌려 파리기후협약 복귀, 특사 신설도 언론선 "전임자 유산 해체 공격적"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미국의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고 말했다.
국정 우선과제로는 전염병 대유행, 기후변화, 경제 등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연방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인종차별 완화 목표 등을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 일부 이슬람국가 국민의 입국금지 철회,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비상사태 효력 중단 등 조치도 내렸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5건의 행정조치와 2건의 기관 조처 등 모두 17건의 서류에 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모두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한 조치들로, 논란이 됐던 것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은 방역 수칙을 준수한 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내셔널몰에서는 인파 대신 성조기들이 신임 대통령을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양화된 현대 미국 사회에서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포부가 백일몽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평화적인 테두리 안에서라면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것도 미국의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를 지지한 사람만이 아닌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소중하지만, 연약한 제도라는 사실을 재차 배웠다.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는 다시 승리했다"며 지난 4년간 미국 사회에 부정적인 유산을 남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먼저 극단적인 정파 주의와 백인우월주의, 미국 내 무장세력을 지목하면서 "미국은 이 세력들에 맞서 싸워야 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온갖 갈등을 일으키며 밀어붙인 정책들을 하나하나 되돌리면서 바이든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발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백악관은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당면 국정과제'를 코로나19, 기후변화, 인종 형평성, 경제, 보건, 이민, 글로벌 지위 회복 등 7개 항목으로 소개했다. 모두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승리 이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강조해온 사안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가족을 위해 과감한 조치와 즉각적 구제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는 대통령 선거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파기한 파리기후협약의 취임 첫날 복귀하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기후특사도 신설,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중량감 있는 존 케리를 그 자리에 앉힌 것만 봐도 그가 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오늘 서명하는 행정적 조처 일부는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고 우리가 오랫동안 하지 않은 기후변화와 싸우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은 기후협약을 실존적 위기 속에서 도덕적으로 긴요한 것일 뿐 아니라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방안으로도 본다"고 전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사의 어떤 대통령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전임자의 유산을 해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정 비전이 담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