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10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조합설립인가 완료 및 조합창립총회 예정 단지 포함)는 2019년 12월 말 37곳 2만3935가구에서 작년 12월 말 54곳 4만551가구로 늘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더 넓힐 수도 있다.
아파트 재건축은 2018년 3월 안전진단 강화로 기준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어도 통과 등급인 D(조건부 허용)나 E(불량)를 받기 어려워진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고 구조체(골조)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등급(A∼C) 중 B 이상이면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이, C 이상이면 수평 증축이 가능해진다.
서울에서는 작년 11월 송파구 가락동 가락(1차)쌍용아파트(2064가구)가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엔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1707가구)와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남아파트(807가구)가 잇달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경기 군포시는 지난달 31일 1기 신도시인 산본신도시 금정동 율곡주공3단지(2042가구)의 리모델링 조합 설립인가를 공고했다.
지방에서는 부산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7374가구)는 작년 말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방청솔맨션아파트(194가구)도 리모델링 조합설립 추진위를 구성하고 지난달 협력업체 입찰 공고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재건축 사업과 마찬가지로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인 수직증축과 가구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등에 대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사업 추진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2014년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다. 최대 3개 층(15층 이하는 2개 층)을 더 올릴 수 있는 수직증축은 가구 수를 늘리기 쉽고 늘어난 가구 수(종전 가구수 대비 15%)를 일반분양해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동안 재건축 대안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4년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해 1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공무원 3·4단지가 지난달 2차 안정성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현재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받은 곳은 작년 2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리모델링 단지 일부는 수평·별동 증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건영(240가구)은 지난달 초 조합원 총회를 열어 수평증축으로 건축 심의안을 접수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역시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경기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등도 수평증축 설계안으로 건축 심의를 끝마쳤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2013년 4월 민주정책연구원(현 민주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 대해 "위험한 주택정책"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변 장관은 당시 "(1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에 비해 밀도가 높아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영구 음영으로 주거의 질이 악화할 수 있고 계획도시로서의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고 밝혔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변창흠(사진) 국토부 장관이 5일 영상으로 진행된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