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경제전문가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과 상법 개정안 등이 기업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만큼 법률 개정 등으로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대재해법의 경우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90%가 최소한 유예기간을 두거나 수정 또는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단체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계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의 경우 국내 우량기업을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바치는 격이고, 중대재해법 역시 처벌보다 사전예방에 중점을 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렇잖아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기업에 또 다른 족쇄를 채우는 '반기업법'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필요가 있느냐며 정치권에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일관하고 있다.
3일 디지털타임스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경제학·경영학 교수, 국책·민간 경제연구기관 연구위원, 금융권 임원, 기업체 대표·임직원 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먼저 상법 개정안에 담긴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6%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국내 기업이 무방비로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을 개정해 관련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법률은 유지하되, 상당 기간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는 응답률도 29%나 나왔다.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단 7%에 그쳤다. 응답자 가운데 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관련 규정을 삭제하든지 최소한 유예·보완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응답률이 43%에 이르렀고, '당장 법률을 폐기해야 한다'는 응답률도 7% 가량 나왔다.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둬 기업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답을 고른 응답률은 39%였다. 반대로 '적극 법률을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11%에 머물렀다. 정부여당이 현재 추진 중인 중대재해법 제정안은 사업장 내 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유기징역과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회는 오는 7일까지 처리를 목표로 논의 중이지만, 재계와 노동계가 모두 강하게 반발하면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중소기업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올해 시행하되, 업종별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45%로 가장 많았고, '1년 더 유예해줘야 한다'는 응답률도 33%에 이르렀다.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률은 8%, '형평성 차원에서 올해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1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