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올해 대중문화계 최대의 키워드는 임영웅과 트롯맨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론 방탄소년단이 최고의 인기스타였지만 국내에선 임영웅이 더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 갤럽이 조사해 연령대를 나눠 발표한 올해의 가수 순위에서 40대 이상은 임영웅, 30대 이하는 방탄소년단을 뽑았다. 그런데 만약 연령대를 나누지 않고 통합 산정한다면 임영웅이 전체 1위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방탄소년단이 10대, 20대, 30대, 40대의 순위에서 5위권에 든 반면 임영웅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의 순위에서 5위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연령대를 통합해서 산정하면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이 10위권에 대거 진입해 아이돌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정도로 올해 트롯맨들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네이버 올해의 인물 검색어 순위에서도 1위 임영웅, 2위 방탄소년단, 3위 김호중, 4위 박원순, 5위 김정은 순서였다. 임영웅과 트롯맨들이 국민을 위로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예능에서도 트롯맨들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났다. 트롯맨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고, 이들이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순위 상위권을 장기간 지켰다. 연말엔 이들이 출연한 '미스트롯2'가 첫 방 시청률 28.6%를 기록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10년 간 최고의 예능 첫 방 기록이다. 트롯맨의 인기와 더불어 트로트 열풍도 이어졌다. 추석엔 나훈아 콘서트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연말엔 무려 4편의 트로트 오디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진풍경까지 벌어진, 그야말로 트로트의 한 해였다.

방탄소년탄이 세계 최고 스타로 승승장구하면서 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기도 했다.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 연이어 1위에 올랐고, '다이너마이트'와 '라이프 고즈 온'이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방탄소년단 열풍이 전년에 이어 계속됐다. 블랙핑크도 세계 최고 걸그룹으로 자리 잡는 등 한류 열풍이 커졌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했고 '킹덤2'가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 그리고 JYP는 일본에서 한류를 이끌었다. 과거 일본에서의 최초 한류가 중장년층에서 나타났다면 올해의 일본 한류는 젊은층이 이끌어, 한국 문화가 앞서가는 트렌드 선망의 대상으로 확실하게 각인됐음을 보여줬다. 이날치 밴드로 국악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날로 위상이 높아지는 한국 문화에 '국뽕' 콘텐츠도 유행했다.

유재석과 김태호PD가 부캐 신드롬을 이끌며 '무한도전' 때의 영향력을 회복하기도 했다. 김희애의 '부부의 세계'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 '낭만닥터2' 등의 드라마도 주목 받았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또는 기존 방송사의 위상이 전반적으로 축소된 한 해였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커져서 200억 대작 영화인 '승리호'까지 넷플릭스 개봉을 선택했다.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이 잇따랐고 유튜브 개인방송자들이 기존 스타들 못지않은 위상이었다. 지상파 드라마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위축됐다.

웹툰이 대중문화계 이야기의 보고로 확실히 자리 잡은 한 해이기도 했다. 플랫폼 다변화는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졌고, 그에 따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원작의 수요가 급증했다. 웹툰이 가장 안정적인 원작 공급처로 부상했다.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몰리고, 팬덤이 탄탄해 마케팅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웹툰 원작 콘텐츠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대중문화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영화계는 올해 내내 파행을 거듭하며 괴멸적 타격을 받았다. 공연계 역시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 등 한류스타들은 인터넷 공연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TV에선 기존 여행 예능, 방청객 중심 예능, 대중과 호흡하는 예능 등이 전면 중단됐다. 연말엔 연예계에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터져 파문이 일었고, 결국 연말 결산 행사들이 비대면 형식으로 치러졌다.

불황과 양극화도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처럼 낭만적이고 밝기만 한 청춘물은 사라지고 '이태원 클라쓰' '청춘기록'처럼 불공정한 사회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 세대 심정이 반영된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집과 관련된 예능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부동산 신드롬이 나타난 한 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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