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손잡은 파라시스,LG·SK이노의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리차와 배터리 합작사를 세우는 파라시스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이 주력 전기차용 배터리로 생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필름 형태의 파우치 안에 배터리 소재를 넣는 방식이어서 디자인과 무게 측면에서 유리하다. 세계 시장에 전기차 열풍을 몰고 온 테슬라의 경우 파나소닉 등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원통형 배터리를, 삼성SDI와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인 BYD는 알루미늄 캔에 소재를 넣는 각형을 각각 주력으로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파라시스는 지난해까지 사용량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톱10 안에 들어갔지만, 올해 SK이노베이션 등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하지만 기술력 면에서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인 CATL 등보다 더 앞선다는 평가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CATL의 경우 리튬이온보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리튬인산철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라시스가 LG에너지솔루션 등과 같은 파우치 기술에 자금력, 유통망까지 갖출 경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리차는 중국 시장 1위 완성차 업체이며 다임러의 최대주주이고,볼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본격적인 납품을 시작하면,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美 친환경차 2200조원 투자, '기회의 땅 열려도…'= 이런 가운데 미국이 정부 차원의 '메가급' 친환경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1차 임기 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2조 달러(약 2200조원)를 투자해 신규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올해 3분기 누적 1038만대로 중국 1314만대에 이어 2위지만, 친환경차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중국(4.6%), 유럽(9%)에 비하면 턱없이 뒤처져 있지만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등을 고려했을 때 현지 한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 친환경차 육성 계획의 1순위 전략적 파트너로 꼽히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미시간·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유력한 파트너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총 투자비 약 3조원을 들여 21.5GWh 규모 공장을 조지아에 짓고 있는 중이고, 향후 50억 달러까지 투자액을 늘릴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2년 째 소송전을 진행 중이라 이 같은 호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Commission) 등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누적 기준 2018년 400만대 수준에서 오는 2028년 최대 2억대, 2040년 9억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맞춰 배터리 시장과 관련 일자리 창출 규모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차산업과 있다더니"…'시늉만' 정부에 불만 고조=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차 산업 육성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올해만 150억 위안(약 2조5000억원)을 쓰는 등 향후 5년 간 900억 위안(약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올해까지였던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2년 더 연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보조금 추천 리스트에 한국 기업을 포함하는 등 개방 정책을 펴는 듯 했지만 실상은 여전히 자국 업체 밀어주기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비교해 우리 정부의 지원책은 소극적이고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 10월 제시한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전략'에는 정부의 직접 투자보다는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 중심의 내용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방안으로 신축건물 의무설치 비율 상향(0.5%→2022년 5%) 등의 규제안을 제시했고, 2025년에 전기차 초기 구매 가격을 지금의 절반 수준인 2000만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나마 정부의 직접 지원에 해당하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경우 테슬라 모델3 등 외국차가 수혜를 받는다는 지적을 받자 부랴부랴 지원대상 상한기준액을 설정하는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가 있는지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11월 야심차게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미래자동차산업과'를 신설한다고 발표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 "전고체 배터리를 공부한다는데 정부가 왜 그런걸 하냐"는 등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는 여기에 만 2년째에 접어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초기에는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 간 갈등이 워낙 첨예해 별 다른 소득 없이 물러났고 이후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자국정부 지원 아래 합종연횡하며 미래 최대산업 선점에 나섰는데 우리 정부는 업계 갈등조차 중재하지 못한채 규제만 계속 늘리고 있다"며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상법개정안 등 반기업법에 들이는 노력만큼 신산업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출처=코트라>
지난 2019년 6월 12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위치한 지리 자동차 연구원에서 열린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에서 펑칭펑(앞줄 왼쪽) 지리 자동차 부총재와 김종현(앞줄 오른쪽)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LG화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