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안 업계는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코로나19 키워드를 악용한 악성코드를 비롯해 금전적 이익을 노린 랜섬웨어 공격이 그 어느해 보다 극성을 부렸다. 재택·원격 근무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비대면·비접촉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련 솔루션 수요가 늘어났다. SK인포섹과 ADT캡스의 합병으로 거대 융합보안 업체가 탄생하기도 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사이버 위협=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불안과 혼란이 커지자 해커들은 이를 '먹잇감'으로 삼았다. 금융보안원은 지난 5월 코로나19와 관련 있는 이메일 680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약 7만3000여건의 악성 의심 메일을 발견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해커들은 코로나19 이후 떠오른 긴급재난지원금, 마스크, 온라인 수업, 원격 근무 등의 키워드를 활용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질병관리본부, CDC(질병통제예방센터), WHO(세계보건기구) 등 신뢰할 만한 기관을 사칭하기도 했다.

재택·원격 근무자들을 노린 사이버 공격도 급증했다. 사이버 보안 기업 포티넷의 보안연구소인 포티가드랩이 발간한 '2020년 상반기 글로벌 위협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자들은 기업 네트워크 외부에서 일하는 원격 근무자들의 증가로 디지털 공격 면이 확대되자 이를 공격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업을 대상으로 한 랜섬웨어 공격도 빈번했다. 올해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해 전세계 1000여곳 이상의 기업에서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접수된 랜섬웨어 신고 건수는 지난 2018년 22건에서 2019년 39건, 올해 73건(8월 기준)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랜섬웨어 공격은 국내·외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위협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독일에서는 의료 기관을 겨냥한 랜섬웨어가 발생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이 랜섬웨어의 표적이 됐다. 지난 5~8월 SK하이닉스와 LG전자가 글로벌 랜섬웨어 조직 '메이즈'로부터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이랜드그룹이 랜섬웨어 조직 클롭의 공격으로 영업을 긴급 중단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보안업계는 때아닌 '특수'=보안 업계는 재택·원격 근무 등 비대면 환경이 조성되며 각종 솔루션 도입이 증가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보안솔루션 업체인 파수는 최근 2달간 공공기관, 기업, 금융, 병원 등 다양한 산업분야 20여곳의 데이터 보안 고도화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은 자가 점검 기능, 정기 점검 도구와 같은 비대면 관리 기능으로 인해 자사 웹 방화벽 '와플(WAPPLES)'의 공공 및 교육 부문 공급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스원 역시 모바일카드, 무인매장 보안시스템, 워크스루형 얼굴인식 스피드게이트 등의 비대면 솔루션 문의가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실적도 개선됐다. 올해 3분기 SK인포섹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안랩은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과 '제2차 정보보호산업 진흥 계획' 등을 발표하며 정보보호 산업 육성 의지를 내비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보안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자 이를 핵심 산업 중 하나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개최된 제9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2025년까지 국내 정보보호 시장을 20조원으로 확대하고 3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까지 총 6400억원을 투입하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지란지교시큐리티, 윈스, 지니언스 등이 선정되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영토 확장' 박차…거대 융합보안 기업 탄생=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몸집 키우기'도 한창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보안 자회사인 SK인포섹과 ADT캡스의 합병을 발표했다. SK인포섹과 ADT캡스는 각각 정보보안 업계, 물리보안 업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SK인포섹과 ADT캡스의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거대 융합보안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텔레콤이 SK인포섹과 ADT캡스의 합병을 결정한 것은 코로나19로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증가하는 융합보안 수요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마캣앤마켓은 2017년 39억 달러(약 4조3329억원) 규모였던 융합보안 시장이 2025년 348억 달러(약 38조8716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년 1분기 안에 SK인포섹과 ADT캡스를 합병시킬 계획이다. 합병법인은 △개인·집·산업(기업)·사회 전반의 맞춤형 융합보안 서비스 △AI(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통합관제시스템 구현 등에 집중하게 된다. 합병법인 출범 후에는 IPO(기업공개)도 추진한다. 또한 3년 내 기업가치 5조원 규모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SK인포섹·ADT캡스 합병 구조. SK텔레콤 제공
SK인포섹·ADT캡스 합병 구조. SK텔레콤 제공
'2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위장한 문자 메시지. 안랩 제공
'2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위장한 문자 메시지. 안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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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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