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아무리 돈 버는 일이 중요해도 감옥까지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특히 첨단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는 위험한 화학물질에 수시로 노출되는데,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만에 하나인 실수까지 100% 막을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돈만 있으면 차라리 로봇을 쓰고 싶습니다." 소재 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의 A 대표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경제단체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을 중단해 줄 것을 또 한번 간곡히 호소했다. 특히 정부가 육성하려 하는 '소부장' 중소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22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기업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법 제정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제단체들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소중하며 이를 위해 중대 재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데는 경영계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중대재해법은 경영계가 생각하기에 매우 감당하기 힘든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원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나 중대재해법은 그 발생 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돌리고 있고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또 "이미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상(이하 산안법)으로도 대표를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과실범임에도 최소 2년에서 5년까지 징역 하한선을 두고 있다"며 "이는 6개월 이하 징역형인 미국, 일본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의무조항이 무려 1222개"라며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법까지 제정되면 기업들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대기업도 있지만 663만 중소기업"이라며 "원하청구조 상황에서 결국 중소기업이 안전에 관한 1차적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 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산안법이 있는 와중에 중대재해법까지 시행하면 다중·과잉입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처벌을 우려한 중소기업 대표들이 업무의 대부분을 로봇 등으로 대체하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지난 2일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형벌은 매우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적용돼야 하고, 법률 제정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만으론 그 수단의 위헌성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위험방지 의무 범위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정부여당의 관련 입법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경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