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능가하는 '미래 산업'
아직 외국 공개 DB 의존도 커
부처별 데이터 센터 '초기 단계'
선진국 중심 패권 경쟁 심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18일 암 유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18일 암 유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내 구축된 바이오 데이터 센터.  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내 구축된 바이오 데이터 센터. 생명연 제공

바이오 데이터시대 연다

2. 세계는 '바이오 데이터 확보' 전쟁 중


향후 10년 후인 2030년, 글로벌 바이오 산업 규모는 4조4000억 달러로, 2015년 1조6000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30년 국내 3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을 포함한 글로벌 산업 규모가 3조6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치를 넘어선 것으로, 바이오 산업은 매년 높은 성장세를 거듭하며 '미래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세계적으로 바이오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바이오 산업은 '국가 혁신성장의 간판 주자'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각국이 앞다퉈 바이오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해 정부가 바이오 R&D 분야에 투자한 예산은 3조693억원으로, 전체 R&D 예산의 12.7%를 차지하며, 9개 기술분야 중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을 보였다. 매년 바이오 R&D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바이오 산업 종사자도 최근 3년간(2016∼2018년) 연평균 6.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산업 종사자 증가율(3.4%)과 비교해 2배에 달한다. 바이오 산업이 미래 유망 산업으로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이다.

◇韓, 후발주자로 바이오 데이터 구축 경쟁 나서= 바이오 경제시대를 맞으면서, 바이오 R&D의 단순 재료나 산출물로 취급받던 데이터가 'R&D 혁신의 씨앗'으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양의 급증과 AI(인공지능) 기반의 빅데이터 활용 기술 발전에 힘입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바이오 데이터 수집·공유체계 확립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바이오 데이터 수집·공유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국내 연구자들은 외국 공개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미국, 유럽은 데이터 관리 비용 증가와 데이터 가치 상승 등을 이유로 자국의 데이터 공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주요 선진국들이 데이터를 상호 연계, 통합 분석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 DB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감염병 등 국가 바이오 재난 발생 시 축적한 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에 신속 대응하고 있다.

이들보다 한 발 늦게 바이오 데이터 구축에 나선 우리나라로서는 AI 기반의 바이오 데이터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의 양적·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인프라 혁신이 절실하다.

◇'바이오 데이터 패권주의' 심화= 바이오 데이터 생태계는 소수의 선진국 연합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데이터 국제표준 마련, 데이터 등록번호 발행 등 바이오 데이터 패권주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NCBI), 유럽(EBI), 일본(DDBJ)은 지난 2011년부터 '국제핵산정보연합(INSDC)'을 구성해 핵산서열 정보를 매일 교환하면서 국제 공동등록번호 발행, 핵산 국제표준 마련 등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바이오 데이터센터인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를 운영하면서 데이터 수집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7년부터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과제에서 생산된 모든 바이오 데이터를 NCBI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은 연합체 중심으로 데이터 수집·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생물정보센터(EBI)가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맡아 유럽내 21개국 회원국에서 생산되는 각종 바이오 데이터를 연구계, 산업계 등에 제공한다.

일본은 범정부 차원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 소재 데이터와 연구 데이터를 연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1년 설립된 국가생물자원센터(NBRC)와 국가생명과학데이터베이스센터(NBDC) 주도로 바이오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과학 연구 데이터 수집 제도 마련과 데이터 센터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지난해부터 연구 데이터 제출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2015년 설립된 '국가유전체데이터센터(NGDC)'는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데이터센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부처별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유전체 중심의 데이터를 일부 제공하는 등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제3차 국가생명연구자원 관리·활용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8개 부처, 3개 청이 공동으로 바이오 연구 데이터를 포함한 '생명연구자원 빅데이터 구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데이터 기반 바이오 연구환경 구축을 위해 '국가 바이오 연구 데이터 플랫폼' 조성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범부처 협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확보·관리·제공함으로써, 기초·원천 연구, 질병 극복,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등 바이오 R&D 혁신의 추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국가적 역량을 모아가고 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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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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