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신안 임시명세서 제출서류 전자파일로 개선 생산능력 초과한 침해제품 판매도 추가 배상받아 전문심사관 '3人 협의심사' 운영… 심사품질 높혀
김용래(오른쪽) 특허청장이 지난달 11일 융복합기술심사국 개국 1주년을 맞아 정부대전청사 특허청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3인 협의 심사를 참관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특허청, 올해 지식재산 규제혁신 성과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ICT 기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경제 발전을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AI, 빅데이터 등을 각 산업에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IP) 활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IP 기반의 디지털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트리거(방아쇠)'로 지식재산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도 IP가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 창출·보호·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림돌이 될 각종 규제를 혁신하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허청이 올해 추진한 IP분야의 규제혁신 성과를 되짚어 본다.
◇'신속한 전자출원' 시행…논문·연구노트 자체로 특허출원 인정= 특허는 가장 먼저 발명을 출원한 사람에게 그 발명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유사한 기술을 다른 기업보다 빨리 특허로 출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기존에는 특허를 출원할 때 정해진 서식과 방법에 따라 명세서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특히 논문 등의 연구결과를 특허로 출원하려면 명세서 형식으로 재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신속한 출원이 어려웠다.
특허청은 지난 3월 특허나 실용신안을 출원할 때 기존 서식에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형식의 임시 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특허법·실용신안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임시 명세서로 제출하는 서류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PDF, JPG 등의 전자파일로 가능하도록 전자출원 시스템을 개선,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원인은 논문이나 연구노트 등에 기재된 발명을 별도의 수정 작업 없이 그대로 제출할 수 있고, 이후 등록심사를 거쳐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다.실제 제도 시행 이후 임시 명세서를 이용해 특허, 실용신안을 출원한 건수는 월 평균 360건에 달하는 등 국내 기업의 신속한 특허 출원에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에 '특허수수료 감면'= 지난 2월 말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산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 지역의 특허출원이 급감하는 등 특허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이로 인해 특허 수수료 감면 등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요청이 이어졌고, 특허청은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특허수수료 감면을 위해 '특허료 등의 징수규칙'을 개정하려 했으나, 개정까지 4∼6개월이 소요돼 즉시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허청의 적극행정이 빛났다. 적극행정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감면 금액을 수수료 납부 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 형태로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감면 방안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대구·경북지역의 출원인은 특허 출원료 등 3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4월 이후 특허출원이 'V(브이)'자 형태로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특허청은 향후 특별재난지역에 대해 특허수수료를 감면해 주는 '특허료 등의 징수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IP 제값 받고 보호받아야"…특허침해 시 손해배상액 현실화= 특허청은 지식재산이 제 값 받고 거래되고, 보호받는 IP 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혁신에도 팔을 걷었다. 대표적으로, 특허 침해 시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특허 침해자의 제품 판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특허법을 개정, 이 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특허법에서 특허권자의 제품 생산능력이 100개라면, 침해자가 1만개의 침해 제품을 시장에 판매했더라도 특허권자는 본인의 생산능력(100개)을 초과하는 9900개의 제품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 정상적인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권리를 침해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이익이 되는 불합리한 구조에 놓여 있었다.
이럴 경우 특허권자는 그동안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었던 9900개에 대해 특허발명 실시에 따른 실시료를 침해자로부터 추가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특허청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특허권 고의침해에 대한 3배 배상제도가 더해지면, 특허 침해에 따른 총배상액이 현재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 특허 침해가 상당 부분 줄어들고, 합리적인 특허기술 거래와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융복합시대, 특허 심사품질 높여라"…'3인 협의심사' 확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사물인터넷, 바이오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서로 다른 기술 간 융복합을 통한 특허출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융복합 기술 특허출원 흐름에 맞춰 특허청은 지난 3월 심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3인 협의심사'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협의심사는 심사관 1명이 단독 진행하는 기존 심사방식과 달리 여러 기술이 융합된 기술에 대해 각 분야 전문 심사관 3명이 함께 모여 심사하는 방식이다. 특허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원활한 3인 협의심사 운영을 위해 '비대면 영상 협의심사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4000건에 대해 협의심사를 진행할 정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로 인해 융복합 기술에 대한 보다 내실 있고, 전문적 검토가 이뤄져 심사 결과에 대한 출원인의 수용도가 한층 높아졌고, 심사품질도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3인 협의심사는 지난달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와 한국거버넌스학회가 주관하는 '우수행정 및 정책사례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우수 정책으로 평가 받았다.
특허청은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특허와 중복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는 특허조사·분석 비용에 대해 25% 세액 공제를 도입,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낮춰 강한 특허 창출을 도울 예정이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국민과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과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