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원 사장, 도심항공 총괄 맡겨 로봇 개발 주도 현동진 상무 승진 최측근 김용환·정진행은 용퇴 김걸·공영운 등 새 복심으로 부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동욱기자 fufus@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두달만인 15일 시행한 첫 임원인사를 요약하면 '미래 신사업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세대교체로 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연구개발(R&D) 부문에서 배출됐고, 높은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우수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 인사와 함께 여성 임원 5명을 새로 선임하는 등 실적과 능력 위주의 인사가 이뤄졌다"고 이번 인사에 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육성에 대한 의지는 신사업 관련 핵심 경영진을 대거 승진 인사에 포함시킨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신재원 현대기아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김세훈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현동진 현대기아 로보틱스랩장을 상무로 승진시킨 것이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CES 2020에서 안전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저소음, 경제성과 접근 용이성, 승객 중심의 4대 원칙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UAM 콘셉트 'S-A1'을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UAS(무인 항공 시스템)를 시장에 최초로 선보이고,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한다는 것이다.
로봇 역시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청사진 중 하나로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다. 현대차는 이달 초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하고 로봇 사업 강화에 첫걸음을 뗐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UAM,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면서 로봇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은 로봇 개발을 주도한 현동진 로보틱스랩장도 상무로 발탁했다.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현 상무는 1978년생으로 현대차융합기술개발팀장과 현대차로봇플랫폼팀장을 역임했다.
수소사업은 현대차 뿐 아니라 범 정부 차원에서도 집중 육성하는 현대차그룹의 대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기존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의 2대 사업 구조에 수소연료전지 기반 사업인 수소(H2) 솔루션을 새롭게 추가한 2025 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수요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런칭해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고 수소 생태계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2023년 70만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시장에 판매하는 게 목표다. 이미 현대차는 올해 스위스 GRZ를 비롯해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수출하는 등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신사업 육성 뿐 아니라 정몽구 명예회장 시대를 넘어 '정의선호'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는 평가다. 정 명예회장의 최측근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용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의 수장을 맡으며 정 명예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다. 기존 부회장단 4명 중 2명이 물러남에 따라 정 회장이 발탁한 신임 사장들의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사장)과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도 정 회장의 '오른팔'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을 지원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