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필리버스터 정국…입법 독주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 제1야당 무력감 드러낸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은 끝이 났지만 여야 모두 후유증이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남은 임시국회 기간 동안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잠재울 방역대책을 비롯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뒤집어쓴 '독주' 프레임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12월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거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부터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 쟁점 법안을 원하던 대로 처리했으나, 야당의 필리버스터마저 수적 우위로 중단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입법 추진과정에 많은 저항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민과 함께 개혁을 완수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큰 충돌 없이 개혁법안 통과에 협조해준 야당에도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 야당과 정쟁과 국정발목잡기가 아니라 코로나 국난극복과 미래전환 과정에서 생산적인 대안 경쟁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야당을 달랬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한 개혁입법의 내실화에 힘쓰겠다"면서 "아울러 민주당은 중단 없는 개혁으로 탄소중립사회 전환을 대비하겠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 지원 금융대책 등 다각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민생입법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임시국회 내에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 택배 사업 등록제와 휴게시설 마련 등 택배노동자 과로를 막는 생활물류법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 대상에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제외하고, 개인사업자와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을 찾아 "(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며 "최대한 압축적으로 심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6일 간의 필리버스터를 끝낸 국민의힘도 재무장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민주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을 부각하고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끌고 나간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단 하나의 법안도 제지하지 못해 제1야당으로서의 무력감을 드러냈다. 남은 임시국회에서는 존재감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국민의힘은 우선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공격하는 한편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며칠간 필리버스터에 참석하고 또 응원하느라 고생들 많았다. (민주당의) 절차도 지키기 않는 무도한 법들을 막느라 애 많이 썼다"고 의원들을 다독였으나 "숫자 힘으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을 끝내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고 자평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나홀로 독재당의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필리버스터까지 힘으로 강제 중단시켰다"면서 "야당의 입을 막는 것은 바로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이라는 교훈을 아직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박병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중단 표결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당적을 이탈해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이 특정정당을 편들어 의장석을 비우고 내려온 것을 받아들일수 없다"면서 "앞으로 의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박 의장의 (본회의) 사회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온통 걱정과 불안투성이다. 백신은 구하지도 못한 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하느냐 마느냐 국민 불안만 자극하고 있다"며 "앞으로 백신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어떤 백신을 구할지 소상히 설명해 불안을 없애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다른 나라는 이미 접종에 들어간 코로나 백신을 확보조차 못한 정부의 무능함과 무대책에 죄 없는 국민들 목숨과 안전만 백척간두 풍전등화"라며 "야당과 싸울 시간에 야당을 짓밟는 능력으로 백신이나 어서 구하라"고 채근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