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 등의 여파로 D램 등 주요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가격 반등세에 여러 공급 관련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업계 일부에서는 2018년에 필적할 '반도체 초호황'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북동부 해역에서 발생한 진도 6.7의 강진 여파로 일부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달 초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이 정전으로 잠시 멈춘 데 이어 또 다시 대만산 반도체의 공급차질 이슈가 발생한 것이다.
이 지진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해 D램 생산업체인 난야 등 현지 반도체 제조라인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현지 매체들은 이번 지진에 따른 피해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일부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2달의 시간과 연속적인 미세·화학공정이 필요한 반도체의 제조 특성 상 라인 중단 당시 제조과정에 있던 제품들은 폐기 또는 재활용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라인이 한번 멈추면 규모와 중단 시간 등에 따라 작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피해가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만 지진이 피해여부와 무관하게 수요업체들의 재고확보 의지를 더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3강의 한 축인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이 정전으로 가동을 멈춘 직후 해당 제품의 현물거래가격이 조금씩 반등세를 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이후 내리막을 타던 D램(DDR4 8Gb 2400Mbps)의 현물거래가격은 이달 초부터 다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해당 제품의 평균 현물거래가는 2.983달러를 기록해 월초보다 7.7% 가량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반도체 생산기지인 대만에서 정전에 지진까지 발생함에 따라, 혹시 모를 공급부족 사태를 우려한 수요처들의 재고 확보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재고 물량은 이미 정상 수준보다 낮은 2주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대량 구매(고정거래)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물거래는 일시적인 필요에 따른 시장수요가 발생하는 것이고, 대량구매는 1~2개월 단위로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인데, 현물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필요한 만큼의 반도체를 선제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사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당장 이번달에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중국 춘절을 전후해 본격적인 가격 반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분석도 비슷하다. 이수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정전 또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메모리 가격 상승 우려로 고객사는 급하게 재고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연초 동안의 PC 세트 판매량 기대치가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중이고, 중국 오포·비보·샤오미 등의 메모리 재고 축적 수요도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