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서 말하기로
캐럴 길리건 지음/심심 펴냄


다른 분야들처럼 예전의 심리학 이론은 여성을 배제한 채 남성만을 표본으로 만들어졌다. 여성의 사고방식이나 논리, 선택은 이해할 수 없거나 미숙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는 남성적 특성을 우월한 것으로, 여성적 특성을 열등한 것으로 보게 했다. 또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자신과는 맞지 않는 남성적 기준을 따르게 만들었다. 여성들이 사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배제된다고 느낄 때, 자신을 남성이 만들고 남성에 의해 시행되는 합의나 판단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여기며 침묵하게 된다. 여성이 등장하는 심리학 이론은 가부장제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책은 이러한 남성 위주의 심리학계를 근본부터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하버드대 최초의 여성학 교수인 저자는 그동안의 심리학 이론이 여성의 삶을 포함할 때 심리학 역사가 송두리째 달라진다고 역설한다. 그는 여성의 도덕 발달과 도덕적 선택을 독자적으로 연구해 관계와 연결에 입각한 새로운 도덕발달 이론을 제시했다. 여성들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독립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기존 해석을 거부하고 연결의 관점에서 여성의 심리 발달을 재구성한 것이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구조 속에서 성장하면서 사회적인 '여성성'을 학습하고 내재화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과 괴리는 여성의 내면에 끊임없는 충돌과 의문을 만든다. 책은 이런 사회에서 자라온 여성들에게 그들이 느껴온 인지부조화와 부적절감의 근원을 찾는 실마리가 된다. 저자의 의도는 여성과 남성의 선천적인 차이를 따지거나 가치의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포함하는 새로운 발달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도덕적 관점이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런 사실을 인정할 때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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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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