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명호(30세·남) 씨는 발령지에 따라 내년에 경기도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몇 년 간의 '노량진 공시족' 생활을 청산했다는 기쁨도 잠시, "만만찮은 주거비 걱정"에 빠졌다는 게 김씨의 토로다. 김씨는 "공무원 박봉에 돈이라도 모으려면 월세보다는 전세로 가야 할 것 같아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며 "현재로선 가정을 꾸린다는 선택지는 (인생에서)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양모 씨(31세·남)는 군대를 전역하고 아직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 비행기 승무원을 꿈꾸며 학원을 다니는 등 자기계발에 열을 올렸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 서른 살이 넘어가면서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도 힘들어진 그는 대전에서 아르바이트와 주식 투자를 병행하며 '나홀로' 자취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양씨는 "코로나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더 막막하다"며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이 짙어졌다"고 씁쓸해 했다.
◇천정부지 집값…'경제 약자' 2030은 원룸으로= 이처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정 탓에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되기를 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원인은 매섭게 치솟은 집값 때문으로 추정된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614만8000가구에 달하는 1인 가구 중 20대(111만8000가구)와 30대(103만6000가구)의 비중은 각각 18.2%, 16.8%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 중 35%가 20~30대라는 계산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 등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지역별 비중은 서울(21.1%), 경기(21.0%), 부산(6.9%), 경남(6.4%) 등 순으로 높았는데, 세종(53.6%), 서울(48.8%), 대전(47.0%)은 1인 가구의 약 절반 가량이 '30대 이하'였다.
특히 청년층이 많은 1인 가구 10가구 중 4가구는 '보증금 있는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전체 가구에서 자가 비중은 58.0%를 보인 반면 1인 가구에서는 월세(38.0%), 자가(30.6%), 전세(15.8%) 순으로 주택 점유형태 비중이 높았다. 전세로 사는 사람보다 월세로 사는 사람이 배(倍) 이상 많은 셈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에서 자가 비중은 감소하고, 전세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인 가구의 자가 비중은 32.5%에서 30.6%로 1.9%포인트(p) 떨어져 있는 상태다.
1인 가구 절반 이상은 10평(33㎡) 남짓한 40㎡ 이하 면적의 집에 살고 있다. 평균적으로는 45.1㎡ 면적에 산다. 1인 가구 주거면적은 40㎡ 이하(53.7%), 60~85㎡(17.1%), 40~50㎡(11.7%) 등 비중을 보였다.
◇1인 가구 '열에 여섯만' 취업…'50~64세' 1위= 1인 가구 10가구 중 6가구만 취업 상태에 있다. 나머지는 취업하지 못한 채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취업자 증가 폭은 젊은 사람들보다는 고령층이 더 높다. 지난해 연령별 취업 1인 가구 비중을 보면 '50~64세'(101만2000가구)가 27.6%로 가장 높았다.'15~29세'(68만7000가구) 보다 8.9%p, 30대(83만가구) 보다 5%p 많은 수치다. 전년 대비로는 '65세 이상'(42만7000가구)이 12.1%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40대(71만5000가구)는 비중과 증가율 모두 가장 적었다.
다만 1인 가구의 고용 불안감 정도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일한 적이 있는 1인 가구 가운데 '고용 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비중은 2011년 60.1%였으나 지난해에는 57.1%까지 3%p 감소했다. 반대로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39.9%에서 42.9%로 3%p 증가했다.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