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명분 찾기에 분주하다.

공수처 출범에 반대해온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20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함께 공수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주도해온 정의당마저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이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개혁의 과업이라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럽지만 또한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기꺼이 그 일을 저는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경찰법에 이어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처리했다.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입법화는 일단락된다"면서 "이제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를 이루고 그 다음의 발전단계를 지향해가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법 개정이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의 필수요건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박성준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공수처는 반드시 출범할 것"이라고 힘줬다. 박 원내대변인은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이제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면서 "지난 1996년 시민사회에서 공수처 도입을 촉구한 지 24년만"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입법과제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단독 처리의 당위성을 국민의힘의 책임으로 돌렸다. 충분한 협상의 시간을 가졌으나 국민의힘이 시간끌기로 일관한 탓에 더 이상 공수처 출범을 미룰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정작 공수처장 추천위에서는 후보 추천을 거부하고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예고하면 또다시 공수처장 추천위를 열라는 주장만을 계속해왔다. 국민의힘의 도돌이표식 주장은 이제 끊을 때"라며 "공수처 출범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하며 또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무기 삼아 국회를 다시 퇴행으로 이끌고 있다"면서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이 헌정사의 오점이라고도 했으나 지금 권력기관을 개혁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헌정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아무리 발목 잡아도 공수처는 출범한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 대응하고자 오는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까지 소집해뒀다. 9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한다 해도 정기국회 회기가 끝난 뒤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공수처 출범까지 큰 고비 하나를 넘게 된다. 현행법 상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최종 후보 2인을 압축할 수 있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최종 후보를 선정할수 없는 구조다. 개정안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에서 재적의원 3분의 2(5명) 찬성으로 변경해 야당의 거부권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재소집되고 최종 후보 압축이 끝나면 공수처 출범에 필요한 밑작업은 모두 완료되는 셈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출범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는 계속 꼬리표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수처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대체토론과 심의 절차 없이 처리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마치 시한이라도 정해놓은 듯 최근 각 상임위에서 주요 법안들을 줄줄이 속전속결로 단독 처리하고 있다"면서 "숙고와 합의가 필요한 법안들을 이렇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기만 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에 협치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법사위에서 공수처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그렇다고 합의의 시간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공수처장 임명과 공수처 출범을 위한 협상에 나선다면 합의할 시간이 있다"며 "거대양당은 권력기관의 견제기구인 공수처의 출범이라는 사실을 직시해 합의 도출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낙연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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