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고한 대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사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저는 이 비상대책위원회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여기에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목표한 바를 꼭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사과 의향을 밝힌 후 쏟아져 나온 당내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날인 7일 당의 중진인 장제원 의원이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반발한 데 이어 배현진 원내대변인도 과거 김 비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비대대위원장을 지내면서 민주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견인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권 탄생 자체부터 사과해야 맞지 않느냐"고 따졌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사과는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 뿐"이라고 가세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 안팎의 반발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예정했던 9일 사과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여러분들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당이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다시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이 노력에 대해서 다 같이 협력을 해줬으면 감사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더욱이 김 비대위원장은 "사과를 하지 못한다면 비대위원장 직을 맡을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사과에 의미를 두는 것은 4·15 총선의 대패 원인 중 하나가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보수 정당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에서 확실하게 중도층을 지지를 얻으려면 '탄핵의 강'을 건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의 설득이 효과를 발휘하는 못하는 모양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에 부정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에게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낙인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원내대변인도 반발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다시 글을 올리고 "비상대책의 임무에 충실하시고 당 대표격의 위원장으로서 처신을 가벼이 하지 않으시길 바란다"며 김 비대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배 원내대변인은 "위원장이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 하시는데 그것은 어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배수진이랄만큼 위협적이지도 않다. 그저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으로 들려 무수한 비아냥을 불러올 뿐"이라고 빈정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