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8·4 공급 대책을 통해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 계획을 밝힌 지 벌써 넉 달째 접어들었지만 이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을 반대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14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청원인은 "보존 가치가 높은 녹지를 파괴하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훼손하며, 주변 지역을 더 교통지옥으로 만드는 난개발"이라며 태릉골프장 개발을 전면 철회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태릉골프장은 골프장으로 개장한 이후 그린벨트로 지정돼 60여 년 가까이 그대로 보존됐다"며 "서울환경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골프장에 위치한 습지에서 원앙과 맹꽁이 등 법정 보호종 생물이 다수 발견되고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연소나무림도 존재하는 등 환경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발생하고 있고, 코로나19로 거주 지역과 밀접한 녹지공간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 1등급 비오톱 지역이 넓게 분포된 태릉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태릉골프장 위치가 태강릉의 권역에 속한 문화재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태릉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에는 태강릉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연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태릉골프장이 문화재로 복원되어야 하는 중요한 곳임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릉골프장에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태릉의 시야를 가려 조선왕릉의 고유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태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전 세계인이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태릉골프장 개발로 교통난이 더 심각해지는 점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화랑로 일대는 교통 체증이 심각해 지금도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며 "출퇴근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자녀와 보낼 시간은 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 강행이 부동산 정치의 단면이라고 비판하며 주민과 협의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나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나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지만 서울 도심에 공급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보니, 태릉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릉골프장은 단순한 골프장이 아닌 그린벨트의 최전선인 데다 주민들의 반발도 큰 상황인데, 환경에 관심이 많은 문재인 정부가 과연 옳은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다른 대안이 많이 있음에도 굳이 태릉을 고집하는 이유는 명분에서 밀리기 싫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태릉골프장 인근 주민들은 부동산 정치의 희생양이 된 셈"이라고 부연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태릉입구역에서 태릉골프장, 태릉 선수촌까지 이어지는 화랑로 도로가 상습 정체 구간인 데다 태릉 오른편으로 구리 갈매지구가 있어 인구 유입과 교통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태릉 택지 개발이 시작되면 기반시설 및 교통망 확보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며 "분양은 잘 될 것으로 보지만, 인근 주민과 상생을 위한 교통 개선 대책이 마련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지난 10월 서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 회원들이 '세계유산 태·강릉 자연경관 보전 위한 국제사회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서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 회원들이 '세계유산 태·강릉 자연경관 보전 위한 국제사회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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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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