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지난달 집값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 11만4000호를 푸는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주택 수요자들은 오히려 아파트 경매 시장으로 더 몰리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내 집'인데 정부가 임대 주택만 잔뜩 공급하겠다고 하자 무리를 해서라도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만4952건으로 이 중 5226건이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6.2%, 평균 응찰자 수는 3.8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올해 10월 역대 최고치인 111.8%를 기록했다가 한 달 새 108.4%로 소폭 하락했을 뿐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수도권에서는 6·17 대책 규제를 피한 경기도 김포와 파주 지역의 아파트 경매 시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김포 아파트 낙찰가율과 평균 응찰자 수는 131.2%, 30명으로 각각 역대 최고·최다를 기록했다. 11월 17일 경매 매물로 나온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위치한 한강센트럴자이1단지 전용면적 85㎡는 감정가 3억9100만원으로 4억원이 채 안 됐지만 실제 낙찰된 금액은 6억1021만원으로 2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 경매에는 무려 81명이나 몰렸다.
앞서 11월 10일 경매가 진행된 김포 장기동에 위치한 고창마을 한양수자인 리버팰리스 전용 84㎡는 감정가 3억3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이 높은 4억639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1번 유찰되긴 했지만 두번째 경매에 39명이 몰리며 인기리에 경매가 완료됐다. 11월 경기 파주 아파트 낙찰가율은 108.1%로, 2007년 5월 103.1% 이후 첫 100%를 넘겼다. 총응찰자 수는 301명으로 2015년 1월(361명) 이후 가장 많았다.
수도권보다 부산과 울산 등 지방은 경매 열기가 더 고조된 분위기다. 11월 19일 경매가 진행된 부산 남구에 위치한 엘지메트로시티 전용 119㎡는 감정가가 4억5500만원이었는데, 7억5700만원에 낙찰돼 무려 3억원이나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이외에도 주요 지역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들이 감정가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팔렸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월에 비해 다소 주춤해진 반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기 전이었던 김포와 부산지역 아파트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며 "주택 물량 공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으로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올해 나올 전세 물량이 잠겨버린 만큼 당분간 경매 시장에서 비규제 지역 아파트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