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당의원 자격박탈 대응
직계가족도 미국내 자산 동결
中 "일국양제 유지에 필요한 일
어떤 외국의 간섭도 용인 못해"

홍콩의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이 11일(현지시간)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동료의원 4명이 이날 직을 박탈당하자 항의의 뜻으로 동반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의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이 11일(현지시간)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동료의원 4명이 이날 직을 박탈당하자 항의의 뜻으로 동반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AP=연합뉴스
내년 1월 20일 임기가 종료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7일(현지시간) 중국의 최고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무더기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은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 야당의원 자격박탈의 근거를 마련해준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에 해당해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부의장 격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왕천과 차오젠밍, 천주, 우웨이화 등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과 직계 가족은 미국 방문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홍콩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중국의 끊임없는 공격은 (홍콩 국회인) 입법회를 의미 있는 야당이 없는 '고무도장'으로 만들면서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무조건 도장을 찍어주는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대표자를 선택할 홍콩 주민의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면서 "중국이 홍콩반환협정에 따른 국제적 약속을 완전히 무시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명의 부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면서 "상무위원회는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억압하고 중국의 억압정책에 항의하는 이들을 체포하는 데 동원돼온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오늘의 조치는 미국이 동맹 및 파트너들과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 약화에 책임을 지도록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은 중국에 국제적 약속을 준수하고 중국의 행보를 규탄하는 많은 나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11일 홍콩 입법회 의원의 자격요건에 대한 결정을 채택하면서 홍콩 정부에 의원직 박탈 권한을 부여했고 홍콩 정부는 직후 야당 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나머지 야당 의원 15명 전원은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

중국 고위급 인사에 대한 무더기 제재는 홍콩 야당 의원들이 자격박탈 조치를 당한 데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제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날 재무부 발표에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미국이 홍콩 관련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홍콩 야당 의원들의 자격박탈 관련해 중국 인사를 제재할 것이라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국은 단호한 조치로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홍콩 문제에 개입하고 중국 인사에 대해 이른바 제재를 하는 것에 시종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 대한 어떤 외국의 간섭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콩 입법회 의원의 자격을 정한 것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완하고 홍콩의 법치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놓고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절제된 대응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윌슨센터 산하 키신저 미중 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은 "중국이 미 국무부의 공격을 자국 이익에 직접적 위협이라고 여기지 않는 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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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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