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격하되면서 공연장이 제법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기자들도 공연장을 찾는 일이 빈번해졌지요. 물론 마스크 쓰기와 띄어앉기는 여전합니다. 공연 시작 전에 안부 반, 걱정 반 섞인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많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뒤에는 반드시 "요즘 같은 상황에 잡지를 발행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냐"는 말이 붙습니다. 비단 공연예술계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힘들기 때문에 저는 그저 "다들 힘들지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그럴 때마다 '객석' 식구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사실 클래식음악 잡지사는 정부의 어떤 지원이나 보조를 받지 못하면서도 공연이 계속되는 한 매월 잡지 발행을 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잡지의 중요한 아이템이 되는 공연이 별로 없다 보니 기획력을 총동원해 만드는 특집기사로 지면을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편집부 기자들의 일감은 배로 늘어나기 일쑤죠.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몇 달은 커버 스토리나 특집기사가 대부분 해외 소식을 큰 덩어리로 전하면서 편집부와 데스크에 낮과 밤이 없었습니다. 질문서와 답변도 영어나 현지어로 구성되었기에 기사 작성 시간이 예전에 비해 2~3배가 더 걸렸던 탓이지요.
발행인 입장으로서 기자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코로나로 인한 이 같은 시간이 '객석의 세계화'를 위한 대도약의 좋은 기회라고 강변하곤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공연장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이 "그래도 객석은 꾸준히 좋은 아이템으로 놀래키더라고요" 같은 말을 건넬 때 큰 위안을 느끼곤 합니다. 10월호 커버스토리는 전 세계 공연계를 이끌고 있는 매니지먼트 CEO 14인의 인터뷰를 실었는데요, 국내 최고의 기획사 대표가 "세계 공연계를 움직이는 기획사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그 중 일부와 수없이 많은 메일을 주고 받았어도 이렇게 그들의 성장 과정과 고민을 접해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더군요. 어찌 됐든 만나는 이들마다 책 내용이 좋아졌다고 칭찬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선 몇 개 안 되는 음악과 공연예술 잡지들이 하나 둘 씩 기한을 알 수 없는 휴간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최근에 비보를 전한 잡지는 월간 '피아노음악'과 '더뮤지컬'입니다. '피아노음악'은 1982년에, '더뮤지컬'은 2000년에 창간되었습니다. 두 잡지의 어려웠던 사정을 소상하게 알게 된 뒤로 제 마음도 착잡합니다. 일단 남의 일 같지 않아서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하던 일을 '객석'이 종합공연 예술지로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책임과 부담이 더 늘어난 것이지요. 무엇보다 두 잡지의 구성원과 운영주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코로나라는 병은 우리의 육체는 물론 정신과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새 기쁜 소식에 늘 목말라 있었는데, 며칠 전 정말 반갑고도 귀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노부스 콰르텟에서 비올라를 담당했던 이승원 씨가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교수로 임명되자마자 인사를 온 것이었죠. 살펴보면 한국인이 외국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 우리 젊은 연주자들의 유학 흐름도 미세하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바흐의 도시'로 잘 알려진 라이프치히의 국립음대는 이미 명문으로 자리 잡은 학교인데, 그곳에 한국인 교수가 있다면 앞으로 '비올라=라이프치히 국립음대=이승원'이라는 생각이 들겠지요. 독일 뮌헨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이미경 교수,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첼로를 가르치는 조영창 교수도 그런 흐름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자랑스런 한국인'들입니다.
이승원 씨가 찾아온 날 그의 임용을 축하하며, 간단한 엔돌핀 충전을 하였습니다. 그날, 그가 그러더군요. 자기 친구가 지금 국립 단체공연장에서 근무 중인데 나중에 멋진 기획사를 설립해 '객석'에 인터뷰를 당하는 것(?)이 꿈이라고요. 그때 마음 한 구석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친구들 성공할 때까지는 계속해야 되겠구나. 한국이란 좁은 무대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받을 때까지!" 제가 이 잡지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힘, 아니 '객석'의 가장 큰 영업비밀은 바로 그것입니다.
며칠 전 제55회 '잡지의 날' 기념식에서 객석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잡지 문화 발전과 동시에 한국 공연예술계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제공했다는 평가였습니다. 그중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의 현황을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청년 지원 사업의 자료를 제공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큰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이 '객석'을 보다 더 아끼고, 도와주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