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일 취임 2년 4개월 만에 고개를 떨궜다.
"안전은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2018년 10월)라고 강조한 지 2년 2개월 만이다.
그의 취임(2018년 7월) 이후 포스코는 매년 수 건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24일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의 근로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잦아지면서 지역 주민의 불안감도 한층 높아졌다. 이에 최 회장은 안전관리 대책으로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 안전관리요원 두 배 증원, 안전기술대학 설립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포스코 내부에선 이번 대책 역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포스코는 앞서 2018년 5월 안전 분야에 3년간 1조10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투자 비용이 어디에 쓰였는지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질까. 먼저 인력 부분을 보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근로자는 총 1만7000명에 달한다. 2차 협력 직원은 1만8000명여명, 3차·4차 협력사까지 모두 합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는 게 포스코 노조의 설명이다. 반면 포스코 소속 안전관리 요원은 현재 300명에 불과하다. 두 배로 늘린다고 해도 600명 수준이라는 게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의 말이다. 600명의 안전관리 요원이 수만명의 근로자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노조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선 협력사 직원 충원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최 회장 취임 이후 정작 협력사 필수 인력은 줄고 있다. 이에 따른 위험은 근로자들의 목숨과 직결된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위험한 작업은 2인 1조로 안전관리자가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면서 "이는 포스코 정관에도 명시돼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최 회장 부임 이후 협력 직원이 대거 줄면서 현장에선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서너 명이 해야 할 일을 한두 명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여기엔 비용 감축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 들어 협력사에 투입하는 비용 1000억원 이상을 감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2차 협력사만 약 104개 회사가 있는데 전체 평균 5%, 각 사별로 10억원의 매출을 줄였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 협력업체는 자체 생산품이 아닌 인력을 생산하는 업체여서 협력사 매출 삭감은 곧 인력 감축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노후 설비 관리도 불안 요인이다. 노조 관계자는 "설립된 지 30년이 넘은 광양제철소엔 노후 설비가 많다"면서 "이전엔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새 설비로 교체했는데 최 회장 부임 이후 수리나 정비로 대체됐고 최근엔 수리마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했다. 그는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도 노후설비가 오작동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뒤늦게 노후설비를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에선 이제서야 전수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유족들과의 합의에 대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한 관계자는 "워낙 사고가 잦다 보니 가이드라인이 생겼고 신속한 합의에 대한 노하우까지 생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단독 후보로 연임 출사표를 던졌다. CEO추천위는 최 회장에 대한 대내외 평가, 인터뷰를 포함한 자격심사를 진행 중이다. 안전은 최고의 가치라고 밝힌 그는 이미 스스로 '최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라는 오명도 썼다. 포스코의 미래를 결정짓는 CEO 추천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