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가 출점제한 자율협약을 체결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근접 출점 문제는 업계의 이슈다. 각 사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편의점업계가 지나친 출점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한 '출점 제한 자율 협약'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자율 협약 형태인 만큼 강제성이 낮은 데다 협약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많아 사실상 출점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업계는 지난 2018년 12월 편의점간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신규 출점 점포는 기존 점포와 최소 50~100m 벗어난 곳에만 개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이 매년 1000~2000개 점포를 늘리는 공격적 출점을 이어가면서 이같은 기준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신규 출점을 하더라도 해당 점포의 위치가 기존에 편의점 영업을 하던 곳이라면 출점제한에 걸리지 않으며 기준이 되는 거리를 재는 기준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때문에 한 편의점이 거리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출점을 진행하고, 기존점은 거리 제한에 걸린다며 이를 막으려는 분쟁도 빈번하다.
자율협약의 거리 기준이 '담배 소매인 거리 제한'이라는 점에 따라 담배를 팔지 않는 편의점의 경우 기존점과 근접하더라도 출점을 진행할 수도 있다. 예외 사항이 없는 근접지 출점이더라도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고려해 출점을 허가할 수도 있다. 신규 출점 점포와 기존 점포 간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같은 '꼼수 출점' 사례는 지난 2년간 수없이 진행돼 왔다. 양 점포가 측정한 거리가 각각 49.5m와 50m가 나와 분쟁을 벌인 사례도 있고 근접 거리임에도 담배를 팔지 않아 출점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 편의점 2개가 한 건물을 사이에 두고 연이어 신규 출점했지만 두 점포 모두 앞서 편의점이 운영됐던 자리라는 이유로 출점이 진행된 사례도 있다.
자율협약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편의점 밀집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존점 반경 100m 이내에 신규로 들어선 편의점 점포 비율은 전년 대비 2%포인트 늘어난 35.7%에 달했다. 특히 서울 지역의 점포간 거리는 104.6m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접 출점과 관련된 분쟁은 그간 여러 번 있었지만 이를 통해 위반 점포가 문을 닫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세밀한 기준과 억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출점 제한이 예비 점주들의 허들을 높이고 경쟁을 막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출점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출점 몸값이 높아지거나 주요 상권을 독식하는 등 기존 점주들만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해야 하는데 출점 자체를 막아버리면서 기존점만 이익을 누린다"며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자리도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