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드사태 後 4년만… 컴투스 등 수입허가 줄이을 듯 中게임 해외 매출비중 한국3위… 양국 불공정경쟁 해소 기대 한-미-일 공고화 우려에… '한한령 해제' 계산된 행동 관측도
국내 중견 게임사 컴투스의 모바일 히트작 '서머너즈 워'가 '외자판호'를 얻으면서, 꽁꽁 닫혔던 중국 게임시장 오픈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당장 컴투스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사들이 4년여만에 열린 중국 게임시장 진출 채비를 서둘고 있다.
특히 이번 판호는 과거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받은 것으로, 컴투스를 시작으로 국내 게임에 대한 수입 허가가 줄줄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바이든 미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미일 중심의 동맹체제의 공고화를 우려해 한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일종의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콘텐츠 및 선전물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총사는 전날 외산게임 총 42개의 유통을 허용하는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중 국내 게임으로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외자판호를 받은 것이다.
중국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발급받아야 하는 판호는 중국 정부가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중국내 게임에 대한 허가권인 내자 판호와 해외 게임 및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외자 판호로 구분된다.
서머너즈 워는 컴투스의 글로벌 히트작으로 지난 2014년 4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게임이다. 지난해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이 중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출시 이후 총 234개 국가 이용자들이 서머너즈 워를 즐기고 있다.
이번 판호 발급은 2017년 2월 사드배치 보복에 따른 '한한령'이 시행된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해외 게임의 신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주요 타깃은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게임 기업이 떠안아야 했다.
한한령 기조는 올 상반기까지 계속됐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9·10월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 총 55개의 외국 게임에 대해 판호를 내줬지만, 유독 한국게임은 한건도 허가하지 않았다. 특히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내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게임도 출시가 미뤄지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머너즈워를 기점으로 약 39조원에 달하는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컴투스에 이어 중국내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게임은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이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은 지난 2018년 약 36조6200억원에서 2019년 약 38조원으로 매년 성장하는 추세여서, 국내 게임체들은 중국 시장진출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연말을 맞아 국내 게임업계에 큰 선물"이라 면서 "그동안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만큼, 내년도부터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국시장 진출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중국의 이번 판호 발급이 양국간 '불공정 경쟁'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한국 게임업체들의 시장진입을 전면 차단한 반면에 중국 게임업체들은 국내에서 그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은 채 고공성장을 기록해왔다. 실제 중국 게임이 한국 시장을 휘젓는 동안에 중국에 진출한 국산 게임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산업의 해외 매출 중 한국의 비중은 14.3%에 달했다. 이는 미국 30.9%, 일본의 22.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반면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對)중화권(중국·대만·홍콩) 수출이 2017년 35억8340만달러(약 4조1065억원)에서 2018년 32억1384만달러(약 3조6830억원)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번 판호 발급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후로 한미일 동맹이 공고히 해 질 것에 대비해, 이벤트성으로 한국에 한한령 해제 가능성을 내비친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판호 발급은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당선된 국제정세의 변화와 중요한 관련이 있다. 한미일 동맹이 공고해지는 데 따르는 불안감 때문에 한한령을 해제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한국의 반응을 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문체부와 외교부가 '이제 풀렸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추가적인 판호 발급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 판호 제도 자체가 WTO(세계무역기구) 위반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