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억원 넘게 버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 최고세율이 현행 42%에서 45%로 늘어난다. 부자들을 겨냥한 이른바 '핀셋 증세'가 이뤄진 것이다. 당장 1만6000여명의 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소득세율 인상으로 증가하는 세수는 향후 5년간 최소 3조9000억원에서 최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날 밤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기존 과세표준 구간에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했다. 또 해당 구간의 소득세율을 42%에서 45%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소득세는 △1200만원 이하 6% △1200만원~4600만원 15% △4600만원~8800만원 24% △8800만원~1억5000만원 35% △1억5000만원~3억원 38% △3억원~5억원 40% △5억 초과 42%로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10억원 초과 구간을 만들어 45% 세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기재위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세율 인상으로 약 1만6000명(2018년 귀속소득 상위 0.06%)의 세 부담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나는 세수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3조904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연평균 7809억원씩 소득세가 더 걷힌다는 얘기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더 세수가 늘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연평균 9645억원씩 늘어나 총 4조8226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예정처 추계다.
개정안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소득세 부담률이 낮다는 점이 고려됐다. 기재위 전문위원의 '조세분야 법률안 검토보고'를 보면 2018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소득세 비중은 4.9%로 OECD 평균(8.3%)이나 G7 주요국 평균(9.7%)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분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내세웠다. 실제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격차를 뜻하는 5분위 배율은 3분기 4.88배로 앞선 분기(4.23배)보다 0.65배, 1년 전(4.66배)보다 0.22배 더 벌어졌다.
개정안은 부부 공동명의의 1주택자가 고령·장기보유자 혜택을 선택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처럼 부부가 각자 6억원씩 총 12억원의 기본공제를 받거나, 1가구 1주택자처럼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적용하는 대신 고령·장기보유자 공제를 받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1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부부의 종부세 부담은 최대 80%까지 준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에 배당소득세를 매기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대주주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에서 유보금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또는 자기자본의 10% 이상으로 쌓아둘 경우 이를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물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밖에 가상화폐로 연 250만원을 넘게 소득을 올리면 20%의 세금을 물리는 안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현행대로 니코틴 용액 1㎖당 370원의 개별소비세를 매기기로 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기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기동민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