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통합 항공사 당위성 설파 간담회·종편 출연 등 여론몰이 인용땐 빅딜 무산 가능성 높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모습. 산업은행 제공
[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자금 조달 방식이 적법한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오는 25일 나올 예정인 가운데 산업은행이 통합 항공사 출범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법원 결과에 따라 통합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산은 입장에선 다급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일각에선 산은의 이 같은 여론몰이가 변(辯)으로 들린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24일 금융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 재벌 특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공적자금 지출을 최소화하고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선 두 항공사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골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연달아 개최하는가 하면 종편 방송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재벌 특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면 2~3년 뒤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항공사 통합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구조조정으로 통합 대한항공이 연간 3000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부채 10조원을 추가로 감내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9월 산은 회장에 오르고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이 임기 내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은 관계자는 "기자간담회 혹은 내부 행사에서 짧게 방송을 통해 인터뷰를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특정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엔 '산업은행, 항공산업 구조 개편 효율적 지원 위해 한진칼 투자'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국적항공사의 통합과 항공산업 구조개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가기 위해선 한진칼에 대한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는 현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에는 사전 예고 없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 회장과 최대현 산은 부회장이 공동으로 '주요이슈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해 "혈세 투입 지원으로 재벌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대한민국 경제에서 재벌이 지배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재벌을 피하면 협상할 곳이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앞서 16일에도 최대현 산은 부행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면 양사 중복 인력은 최대 1000명에 이르지만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산은의 이 같은 다급한 행보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25일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딜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딜을 기획, 주도한 이동걸 회장 입장에선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설사 법원의 판단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해도 산은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도 넘어야 한다. 합병이 완료될 때까지 KCGI의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해명에도 여론은 여전히 산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진칼이나 한진칼 대주주 조원태 회장으로선 무자본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고 산은까지 든든한 우호 세력으로 얻게 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최근 1년간 KCGI와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3자주주'와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을 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데 이어 탄탄한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돼 재벌 특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여당은 물론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도 산은의 한진칼 지분 참여를 통해 총수 일가를 우호세력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논란도 여전하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통합 이후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중복 인력이 1000명에 이르고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000%를 웃도는 상황에서 모든 인력을 모두 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잇달아 실패한 이 회장이 이번 매각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라며 "자세히 보면 핵심은 없고 통합에 급급해 하는 알맹이 없는 딜을 추진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KCGI는 이날 "3자 연합 등 한진칼 기존 대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공산업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