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땐 세계 GDP 약 40% 넘겨 정부 국익 우선 대응 밝혔지만 對中견제 동참 요구땐 난처해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美·中 패권경쟁 향배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단절)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출범하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내년 1월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주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경쟁 속에 한국의 '줄타기 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레임덕' 기간에도 화웨이·차이나텔레콤·차이나모바일·랑차오그룹 등 IT 대기업은 물론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등 31개 대기업에 미국 투자를 금지하는 무더기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기업을 미국 자본을 약탈해 중국 인민해방군 현대화를 돕는 자금줄로 지목하면서부터다. 미국은 지난 9월 화웨이를 상대로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수출통제를 단행한 데 이어 이번엔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포위 전략'에 맞서 2012년 협상을 시작한 이래 8년간 노력 끝에 RCEP 출범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세계 경제 약 3분의 1의 경제 영토를 굳건히 지키게 됐다.
결과적으로 2018년 말 발효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이어 아태지역 단일 경제권 구축으로 가는 2개의 대규모 다자 무역협정에서 미국이 소외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제안 등을 통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하려던 노력은 수포가 된 셈이다.
RCEP는 2012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안됐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보호무역을 외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 구심점을 잃은 사이 미국의 거센 압박 아래 놓여있던 중국이 역내 경제협력 필요성을 내세우면서 RCEP 논의를 주도했던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TPP에 다시 가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일방주의·고립주의를 표방했다면 바이든은 다자주의 회복을 내세워왔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 이란핵협정 등 트럼프가 줄줄이 탈퇴한 다자조약에 복귀한다는 계획을 거듭 밝혔다.
미국이 다시 TPP에 복귀할 경우 RCEP을 단숨에 뛰어넘는 세계 GDP 약 40%의 메가 FTA가 탄생한다. TPP은 오바마 행정부가 역내 중국의 패권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2016년 12월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페루 등 12개국이 서명했지만, 트럼프가 2017년 1월 취임 직후 탈퇴했다. 이후 좌초 위기를 맞았으나 일본의 주도로 미국을 뺀 11개국이 참여하는 점진적·포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탈바꿈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것이 단순히 지정학적 문제라면 당장 재가입하겠지만, 민주당 지지 기반이 공화당보다 더 보호주의적이기 때문에 바이든에겐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오바마 행정부 때 원래 버전과 유사한 TPP로 재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TPP와 RCEP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양쪽 모두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바이든이 TPP를 통한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면서 한국에 가입을 요구한다면 우리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