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지음/박문재 옮김/현대지성 펴냄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을 치른 16세기 영국은 무법천지였다. 귀족과 지주들은 더 탐욕적으로 변했고 대다수 농민과 도시빈민은 갈수록 빈한해졌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를 개혁하고자 꿈꾸지 않는다면 진정한 지식인이 아닐 것이다. 당대 최고 인문주의자요 양심을 지녔던 토마스 모어(1478~1535)는 이 부조리의 근본 원인이 사유재산에 있다고 보았다. 공동소유 공동생산의 가상의 공화국 '유토피아(Utopia)'를 상상해냈다.

유토피아에서는 공동소유, 공동생산으로 경제가 돌아간다. 노동에 얽매여 삶이 고단하지 않도록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하루 6시간만 노동을 한다. 집은 무상으로 공급되고 식사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은 언제나 충족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시간은 정신의 자유를 추구하도록 권장된다.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적으므로 최소한의 법만 존재한다. 책은 1권에서 왜 이상국가를 소개하는지 이유를 밝히고 2권에서 유토피아의 일상을 상세히 그린다. 토마스 모어는 이상국가를 생각하게 된 계기를 "대다수 평범한 대중은 먹고살기도 힘들어 물건을 훔치다가 사형을 당하는데 반해, 공공의 이익에 전혀 봉사하지 않는 귀족과 지주는 사치스럽게 살아가는 현실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은 라파엘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유토피아를 소개하는 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

500년이 지난 현재도 사람들 마음속에 유토피아가 존재한다. 공유의 이점만 보았던 모어의 생각과 달리 20세기 들어 실제로 시도된 공산사회는 실패로 끝났다. '공유'는 플라톤, 모어, 마르크스에 영감을 주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스미스, 칸트에 영감을 불어넣은 '소유'와 비교하면 여전히 역사발전의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구현코자 했던 토마스 모어의 이상향에의 열정은 결코 포기돼선 안 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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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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