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과 아세안 등 아시아 주요 15개 국가들이 뭉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15일 전격 체결됐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RCEP 가입 15개국 인구만 22억6000만명으로 전 세계의 30%에 달한다. 또 이들 15개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6조3000억 달러, 무역 규모는 5조4000억 달러로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환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명목 GDP는 11조3000억달러(12.9%), 무역 규모는 2조9000억 달러로 이보다 배 이상 크다. 또 북미자유협정(NAFTA)의 후속 개정협정인 USMCA의 명목 GDP는 24조4000억달러(27.9%), 무역규모 2조5000억달러인데, 이보다도 역시 더 크다.
이번 RCEP에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인도가 끝내 참여하지 않았지만, 인도까지 참여한다면 RECP는 세계 인구 3분의 2를 차지하는 거대 FTA가 된다. 메가 FTA 성격의 RCEP이 체결됨에 따라 그동안 세계 자유무역을 옥죄었던 '보호무역주의'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중심의 RECP에 대항하기 위해 CPTPP에 다시 가입하고, CPTPP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에 나설 수 있어 세계 무역 체제가 미중 양국의 패권 싸움 연장선상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TPP와 비교하면 RCEP는 낮은 수준의 FTA라서 우리 경제에 큰 파급 효과가 있진 않다"면서도 "미국 바이든 정권 교체 후에도 보호무역주의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RCEP이 아시아 지역에 보호무역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韓 경제성장률 0.41∼0.62% 플러스 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RCEP 협정문 타결을 선언한 지난해 11월 'RCEP 잠정 타결: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0.41~0.62%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KIEP는 RCEP에 인도가 불참하고 자유화 수준이 92% 수준일 경우, 한국의 실질 GDP는 10년에 걸쳐 0.51%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약 54억8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RCEP에 인도가 참여하는 대신 자유화 수준이 85%로 낮아지면 한국의 실질 GDP는 10년에 걸쳐 0.50%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약 54억1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인도 불참과 85% 관세 감축의 경우, 한국 경제성장 효과는 0.41%, 인도가 참여하고 92% 관세 자유화 수준을 유지하면 10년 내 0.62%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1.1% 추가 GDP 증가 효과, 연평균 약 11억 달러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연평균 3.8% 수출 증가 효과와 287억 달러의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부품·철강 등 수혜 예상= RCEP 체결로 우리나라 산업 중 가장 혜택을 볼 업종은 자동차부품과 철강 등이 꼽힌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안전벨트, 에어백, 휠 등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부품에 40% 관세를 매겼으나 이번에 철폐하기로 했다.
철강 업종에선 봉강, 형강 등 철강 제품(관세율 5%)과 철강관(20%), 도금 강판(10%)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RCEP 국가 철강 수출은 129억 달러로, 전 세계 수출의 47.8%를 차지했다. 수입은 120억 달러로 전체의 81.8%였다.
이외에 합성수지, 플라스틱관, 타이어 등 석유화학과 볼베어링, 기계 부품, 섬유기계 등의 기계업종에서도 관세가 사라진다. 전기·전자 제품 중에서는 일부 국가가 최대 30%에 달하던 냉장고와 세탁기, 최대 25%였던 냉방기에 대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섬유를 비롯해 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도 추가로 시장이 개방된다.
특히 RCEP 체결로 주목하는 것은 역내 국가 간 통일 원산지 기준을 적용해 양자간 FTA 체결 때 발생하는 '스파게티 볼' 효과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스파게티 볼 효과란 서로 다른 국가 간 FTA간 얽히고 설켜 각 나라마다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등을 적용하면 FTA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중국, 아세안, 호주에 세탁기를 수출하려면 원산지 기준이 제각각 달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RCEP 역내 국가로 통일돼 우리 수출 기업의 편의성이 높아지게 됐다.
◆일본과 첫 FTA 효과…민감품목은 제외= RECP 체결로 직간접적 한일 FTA 체결 효과가 나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 세계 5위 경제 대국과 모두 FTA를 체결하게 되며, 브라질을 제외하면 10위 경제 대국과 모두 FTA를 체결하는 셈이 된다.
정부는 다만 일본에 대한 우리 산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자동차, 기계, 소재·부품·장비, 쌀, 고추 등 민감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하더라도 10∼20년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RCEP에서 한일 양국 간 관세 철폐 수준은 품목 수로는 모두 83%로 동일하다. 다만 수입액으로 보면 한국이 76%, 일본이 78%로 일본이 우리에게 2%포인트 더 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특히 핵심 민감품목인 쌀, 고추, 마늘, 양파, 사과, 배, 명태(냉동) 등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수입액이 큰 바나나, 파인애플, 새우(냉동), 오징어(냉동), 돔(활어), 방어(활어) 등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