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롱, 끊을 단. '깎아지른 듯 높이 솟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이다. '국정농단'이란 단어로 흔히 쓰인다. 농간(弄奸·남을 속이는 간사한 꾀), 또는 농락(籠絡·새장과 고삐란 뜻으로 교묘한 꾀로 남을 제 마음대로 부림) 등의 단어와 어감이 비슷하지만 한자가 다르다. 맹자(孟子)의 공손추장구(公孫丑章句)에 나오는 말이다.
왕도정치 실현을 위해 애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맹자가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제나라 선왕이 집과 재물을 주면서 그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맹자는 거절하면서 '농단'에 대한 얘기를 했다. 옛날 시장에선 자신이 가진 물건과 그렇지 못한 물건을 바꾸는 거래가 이뤄졌고, 관원은 그 일을 감독했다. 어느 날 한 욕심 많은 장사꾼이 많은 이익을 얻을 궁리를 하다가 시장을 잘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에 올라갔다. 그 곳에서 상황을 살펴 좋은 물건을 사서 모은 후 독점적으로 비싸게 파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 장사꾼을 비난했고, 감독관은 그 욕심쟁이 사내에게 세금을 물렸다. 이 때부터 장사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생겼다고 한다. 맹자는 어떤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듯이 부귀와 권력을 독점하는 일 또한 옳지 않다고 본 것이다.
어떤 행위가 '농단'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죄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죄목이 권력형 부정부패이지 국정농단이 아니다. 최근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조직에 대한 인사권, 감찰권,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고 있다. 추 장관은 70여년 헌정사에서 딱 한번 발동된 수사 지휘권을 '조자룡이 헌 칼 휘두르듯' 세 차례나 발동했다. 사모펀드 '라임·옵티머스' 사기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 개별 사건에 대해 일일이 간섭한다. 심지어 검찰총장의 특별활동비 사용 내역을 문제 삼았다가 혐의를 못 찾자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를 보는 듯 아슬아슬하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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