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10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한 3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투자는 지난해보다 8.0% 증가한 6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액 중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25조원)에 달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은 0.54배에 불과해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보였다.

이는 100대 기업이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돈이 투자집행액의 약 절반밖에 안 된다는 의미로, 영업이익이 투자액을 크게 하회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기업 투자 여력과 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렸다. 2017년 이후 200조원 중반을 유지하던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말 기준 312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이 77조원으로 투자활동 현금흐름(순유출) 57조3000억원보다 20조원가량 많았다. 재무 활동 현금흐름(순유입)도 32조6000억원 증가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확보한 현금을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차입을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했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졌다"면서 "상반기에는 기업 투자가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투자 여력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 실장은 "기업 자금이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계속해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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