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주요 3개 정당이 모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연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지만 처벌수위 조절 등 이견 조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원식·박주민 의원 등이 참여하는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이날 한국노총과 함께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법안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되, 기본적으로 중대재해 발생시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공무원의 처벌을 규정해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대재해를 저지른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하한선이 있는 징역 또는 벌금형 △경영책임자 등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는 전년도 연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분의 1의 범위에서 벌금을 가중 △위험의 예방 또는 안전·보건관리 감독, 인·허가 등에 결재권이 있는 공무원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는 처벌 △중대산업재해를 저지른 경영책임자와 법인에는 작업중지·영업정지 조치 및 안전보건교육 이수 △중대재해를 야기해 법인 또는 기관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경우 배상액 최저한도를 손해액의 5배로 정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결국 중대재해로 인한 시민과 노동자의 죽음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반복되는 죽음이 멈추길 바란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해마다 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희생된다"며 "그런 불행을 이제 막아야 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이라고 법 제정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내부적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기업과징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의당은 민주당에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당론 채택 없이는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과 관련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평했으나 "일부 처벌 수위와 50인 미만 적용 유예는 실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는 부족한 조치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박 의원의 법안이 면피용이 아닌 확고한 당론임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대외적으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으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특히 간담회에서 "산업 재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초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처리 촉구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던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반노동·친재벌' 이미지를 지우려는 김종인 비대위의 기조와 맞닿은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함께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상임위원회 심사가 시작되면 처벌 수위 등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길어져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