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때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장에서는 다자주의에 기반을 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가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발 불확실성 완화와 최소 2조 달러에서 최대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경기부양책 역시 우리 경제에 훈풍을 불러일으킬 '호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현직 경제 관련 학회장들은 10일 이같은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경제 상황을 전망했다. 이들은 되레 "산업계를 비롯한 많은 영역에서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첫 일성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언급한 점이나, 대북관계와 코로나19 대응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덕근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기자와 통화에서 "미국이 다시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하게 되면 우리 산업계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이후 사실상 이를 등한시해온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파리기후협약은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탈퇴를 통보하면서 힘이 빠졌으나, 바이든 당선인은 재가입을 천명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석유, 석탄 등 사용에 제한을 받으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내 기업에는 규제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 학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서 진행돼 온 대북관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존 트럼프와 김정은 두 정상 간 '빅딜' 체제에서 실무진 간 협의후 협상 체제로 전환되면서 북한의 핵무기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우리 경제 불확실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가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신용등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설명이다.

홍종호 전 한국재정학회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바이든 당선인이 첫 일성으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곧 탄소감축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전 학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등 조치로 관련한 우리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제대로 된 정책적 대응이 따르지 않으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도 있다"고 했다.

홍 전 학회장은 바이든 당선인의 미국이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동참 의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이 중국을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의 특성 상 미국만 탄소를 줄인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며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을 상대로 '우리는 줄이는데, 너희는 왜 안 줄이느냐'는 식의 대응을 내놓을 수 있다"고 관망했다. 이어 "미국은 자유무역질서를 깨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분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송치영 전 한국국제금융학회장(국민대 국제통상학 교수)은 그간 중국과의 무역분쟁이나 보호무역주의 등 불리한 상황이 해소되면서 우리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딜레마'가 생길 것으로 봤다. 송 전 학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간 무역을 제재하는 쪽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고, 중국과 무역 분쟁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풀리면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이 코로나19 방역에 무게추를 둔다고는 하지만,경제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취임 이후 백악관에 들어가면 경제 활성화와 코로나19 방역을 놓고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왼쪽부터)안덕근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종호 전 한국재정학회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송치영 전 한국국제금융학회장(국민대 국제통상학 교수)
(왼쪽부터)안덕근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종호 전 한국재정학회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송치영 전 한국국제금융학회장(국민대 국제통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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