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쌓였던 요구불예금이 지난달 대폭 감소하면서, 은행권이 고객 발걸음 돌리기에 나섰다. 신규 고객 유입이나 기존 계좌를 활성화를 유도하는 행사를 연이어 시작한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조달 비용이 낮아 잔액이 많을수록 은행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사의 '첫급여 우리통장'을 개설하고 50만원 이상 급여 입금고객을 대상으로 '우리월급 BONUS 이벤트'를 이달말까지 진행한다. 총 611명을 추첨으로 뽑고 최대 500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주고, 새로 가입하면 커피쿠폰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11월 한 달간 '2천 하나머니 드림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원큐'에 새로 등록하면 멤버십 포인트 하나머니와 평생 이체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준다. 스마트폰으로 해외송금을 하면 환율혜택과 추가 하나머니를 주고, 적립식 펀드 가입 시 커피 쿠폰을 주는 식이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스마트뱅킹 앱을 통해 'NH주거래우대통장' 등 7종 디지털입출식계좌에 가입하면 최대 100만원어치 포인트를 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 외에도 농협몰앱으로 신규 가입하거나,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금융x생활'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11월말까지 11번가와 제휴해 정기예금 가입 시 최대 5%의 금리혜택을 주는 '타임딜' 행사를 연다. 선착순 1만1000명이 대상이다. 국민은행은 오픈뱅킹에 등록하면 오디오, 노트북 등 경품 행사를 이달 3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이 이처럼 고객 유치에 나선 건 최근 요구불예금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597조7617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8335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감소한 건 지난 7월 이후 올 들어 두번째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1.5%(1조8477억원), 농협은행 1%(1조2777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0.7%(6888억원), 0.3%(5045억원) 줄었다. 하나은행 0.5%(4852억원)은 유일하게 증가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피플바이오 등의 공모주 청약이 잇따른 데다가 전세가격 역시 급등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다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마땅한 자금 활용 경로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권에 쌓였다"며 "공모주 청약과 전세가 상승 외에도 가을 이사철, 연말 배당주 투자 등 가계의 소비수요가 늘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MMDA)으로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다. 예금자가 필요 시 언제든 찾아 쓸 수 있어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가 0.1% 수준에 불과해 조달비용이 적게 드는 '저원가성 예금'이다. 잔액이 많을수록 이자수익을 올리기 쉬운 셈이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요구불예금 잔액이 감소하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지자 급여계좌 개설, 대출금리 할인, 수수료면제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통상 요구불계좌는 신규 이용객들이 개설하는 까닭에 장기 고객 확보에도 용이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이은 금리하락 등으로 조달 비용이 거의 없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 중요성이 커졌다"며 "요구불예금 활용하는 사람은 해당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둘 가능성도 높은 만큼 요구불예금 계좌와 잔액을 늘리는 건 은행권의 공통된 고민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