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역사

킴 닐슨 지음/동아시아 펴냄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저자 김원영 변호사는 "어느 날 질병이나 사고를 겪은 나의 몸이 '장애'라고 규정됨을 자각한 날, 우리는 기억을 잃고 낯선 땅으로 추방당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장애인이 된다는 건 새로운 억압과 차별의 역사와 마주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 중심주의에 식민주의, 인종주의, 성차별과 같은 억압과 폭력의 논리가 동원된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 장애는 치료 받아야 할 의학의 문제로 인식된다.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은 '장애인'이고, 그런 결함이 없는 사람은 '비장애인'이라는 것이다. 비장애인 중심적 사고다. 그 속엔 은연중에 장애인은 의존적이고, 비장애인은 독립적이란 의미가 내포된다. 독립에 긍정의 의미를, 의존에 나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렇다면 의존은 나쁜 것일까. 비장애인은 독립적인가. 민주주의 본래 모습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의존은 장애를 가진 사람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는 상호의존한다. 역사학자 린다 커버도 "실제 삶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온전히 혼자인 사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토착민 공동체에는 '장애(Disability)'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장애라는 개념은 법적으로 확립된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됐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부적합한 몸을 가진 사람을 규정하고, 조직하는 사적·공적 시설이 급증했다. 수용시설이 생겨나고, 관련 규제가 증가하는 과정에 '정상과 비정상' '유능함과 장애'를 정의하는 일이 동반됐다. 정신적 무능을 이유로 투표권을 제한하거나, 연방정부는 장애인 입국을 제한하는 이민법을 강화했다. 이처럼 미국 장애의 역사는 모순의 역사다. 저자는 장애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국 역사를 바라보고, 정상성의 정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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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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