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예측했다. 가격 반등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예상한 삼성전자의 분석과도 비슷하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변수에도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관련 IT(정보기술)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이후 메모리 시장은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4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램은 4분기에도 주로 서버 위주의 재고조정 및 수요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격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년 1분기부터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3분기부터 D램 등 주요 메모리 제품 가격은 내림세를 계속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2.85달러로 지난달 평균(3.13달러)보다 8.95% 하락했다. 앞서 6월 말과 비교하면 13.9%나 떨어진 숫자다.
낸드플래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말 메모리카드·USB(이동형저장장치)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전달 4.35달러에서 3.45% 하락한 4.20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내림세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신제품 출시 지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조만간 다시 반등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태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 담당은 "하반기에 재고 소진으로 축소되었던 서버 고객 수요는 내년 상반기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낸드플래시 전체수요공급량은)올해 20% 후반, 내년 30% 중반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9일 열린 2020년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1년은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 다양한 지정학적 이슈가 있어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중저가 세트의 5G 확산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는 고객사의 재고 조정 영향에 따라 서버 수요는 재고 수준이 건전화되고, 위축된 투자가 회복되는 가운데 신규 CPU 출시영향이 더해서 내년 상반기에 본격 턴어라운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다만 4분기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 측은 "코로나19 확산과 유럽, 미국에서의 재유행으로 오락기 등 소비재 수요가 줄었고, POS 단말기 판매도 감소했다"며 "중국 화웨이의 긴급발주로 낸드 재고가 다소 줄었지만 당분간 낸드 거래가격은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와 관련, D램 4분기 출하량 증가율은 3분기와 비교해 한자릿수 중반으로, 낸드는 한자릿수 초반으로 각각 예측했다.
SK하이닉스는 대신 계절적 성수기에 따른 모바일과 PC용 수요 확대에 기대를 걸면서 탄력적으로 시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모바일 D램 고객의 수요에 집중하며 선단 공정 기술의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서버 D램 시장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의)영업이익이 8조5000억원으로 추정돼 2018년 이후 3년만에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