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줄의 가사

이주엽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조명암은 1932년부터 시를 발표하며 문필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말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던 그는 일제 강점기 주옥같은 대중가요 가사를 발표하며 작사자로 명성을 떨쳤다. '꿈꾸는 백마강' '선창' '알뜰한 당신' '낙화유수' 등이 그의 가사로 만들어진 명곡이다. 그와 쌍벽을 이루던 작사자가 박영호다. 그 역시 시인이자 극작가였고 당시 태평레코드사 문예부장도 맡고 있었다. '번지없는 주막' '연락선은 떠난다' '짝사랑' 등의 노랫말을 지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공간에 이르기까지 우리 대중가요계에는 이렇게 문인(文人) 출신 작사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대중가요 가사를 '가요시'라고 부르기도 했다.

명곡은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노랫말'이 좋아야 한다. 가사에 문학성, 독창성, 시대성이 있어야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같은 노랫말을 주제로 삼고있다. 한국에선 거의 처음 시도되는 노래 가사 비평서다.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대중음악 41곡의 가사를 선별해 시대적 배경과 감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배호의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람' 들국화의 '행진', 산울림의 '둘이서',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김민기의 '봉우리',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 빛나는 노랫말을 섬세하게 읽어냈다.

저자는 정갈한 문장력으로 노래에 담긴 시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즐겨 흥얼거리는 가요의 노랫말 속에 어떤 문학성과 의미가 숨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뮤지션에 얽힌 일화와 소소한 정보들, 음반 제작 배경 등도 담아내어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읽다보면 노래라는 것이 문학적 장르라는 사실이 확연해진다. 대중가요를 좋아하거나 애정을 갖고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남다른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작사자이자 20년 가까이 음반 기획자로 활동중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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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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