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가 제출한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주식양도세 대주주 10억 유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3일 '사직서' 해프닝은 그동안 정부 공무원들의 정치권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이 여당과 동학개미들 압박에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정해지자 "그냥 지나가기엔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의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며 반발했다.
홍 부총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주주 양도세 강화안에 대해 묻자 "저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저께(지난 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단 현행 (대주주 기준)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최근 2개월간 (이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 강화를 유예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 요구에 지난 국정감사에서 가족합산을 개인별 과세로 바꾸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소득세법 시행령에 이미 대주주 기준 변경안(10억→3억원)이 규정돼 있다며 이 안을 고수했다. 지난 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홍 부총리는 3억원을 5억원 기준으로 정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은 끝까지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가 이뤄지는 점을 들어 "굳이 지금 시점에 시장에 충격을 줄 필요가 있느냐"며 홍 부총리를 압박해왔다. 특히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동학개미'들의 반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요건 강화를 놓고 '홍 부총리 해임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24만명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사의 표명에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될 여지를 준다"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홍 부총리는 "저한테는 정치라는 단어가 접목될 수 없다"며 "(기준 강화를 주장했던 정부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10억원으로 갑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게 공직자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현행 유지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어 기 의원이 "대단히 무책임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하자 "그것은 의원님 개인 판단이고 저는 굉장히 숙고해서 그런 입장을 얘기했고, 제가 그냥 지나가기에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사의 표명)이 오히려 책임 있는 자태라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대통령이 (사직서를) 반려했다는 소식을 들었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국회에 오느라 듣지 못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반려했다는 게 확인되면 어찌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머뭇거리다가 "후임자가 올 때까지 마지막 날까지 책임을 다해 직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가 안팎에선 이날 홍 부총리 사의 표명이 매번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안이 묵살되는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동안 홍 부총리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청은 100%로 결정하는 등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홍 부총리 사의 표명과 관련해 주식 커뮤니티 웹사이트에는 "홍남기도 역사의 죄인이 되긴 싫었나 보다", "외국인과 기관만 대이득 보는 3억 대주주 정책 지금이라도 철회해서 정말 다행이다", "어떻게든 세금만 많이 거두려고 하니...다행입니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