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치적 행동 오해할 수 있다" 질책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기획재정위원회 예산 심사에서 '사의 표명' 폭탄을 터트려 여야를 모두 당혹시켰다.
이날 공시지가 90% 현실화와 재산세 인하 방안,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등을 두고 질문을 준비했던 여야 의원들은 질문보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더 큰 관심을 쏟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 2021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은 관련 법에 따라 로드맵을 제시하도록 돼 있어서 국토교통부가 검토했다"면서 "공시지가 자체가 상향조정되는 것도 있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재산세가 올라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중저가 주택에 대한 재산세 경감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토부 등은 공시지가 90% 현실화 방안과 1가구 1주택 6억원 이하 재산세 감면 방안 등을 발표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2018년 시행령이 개정돼 내년부터 대주주 요건이 3억원 기준으로 바뀌도록 돼 있다. 정부로서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공평 차원에서 기존 방침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어제 그제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논의가 있었는데 여러 요인과 최근 글로벌 정세와 경제가 불확실성이 같이 높아진 상황이라 현행처럼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2개월 간 갑론을박이 전개돼 (시장 혼란이 커졌으니) 누군가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싶어서 제가 책임지고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이 부적절하다고 질책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홍 부총리가 정치적 행보를 하려 한다며 호되게 몰아붙였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 1주택자 재산세 완화 문제, 재정준칙 문제 등을 질의하려고 했는데, 이유가 있겠지만 사직하겠다고 말씀하니 몹시 당황스럽다"면서 "굳이 예산심사 자리에서 거취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충이 있겠지만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따졌다. 기 의원은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의 참모 역할로 보이지 않고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고, 형식도 부적절하다"면서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서면질의로 대체하겠다면서 아예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계속 부총리직을 수행해야 하지 않느냐"며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상황 속에서 고민도 많고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반려했다니 더욱 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주길 주문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보다 수위가 낮기는 했지만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책임지는 자세가 보기 좋다고 생각한다. 꿋꿋하게 소신을 지켜온 것을 높이 칭찬한다"고 했으나 "다만, 그런 과정 속에서 현재 주식시장 국민경제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깊이 검토했다면 이런 단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본다면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는 책임도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당정청의 결론은 굉장히 비겁한 결정이다. 부총리가 오죽하면 예산심의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겠느냐"고 공감을 표했으나 "부총리가 본분을 다하려면 끝까지 원칙대로 (대주주 3억원) 요건에 맞게 시행하는 것을 설득했어야 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사의는 표명했지만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국회 예산안 심사·심의에는 열정을 갖고 임할 것"이라며 "정치적인 행동이 전혀 아니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그냥 지나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