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미국 대선에서 주(州)를 색깔로 구분하게 된 데엔 TV 매체 영향이 컸다. 컬러TV가 1960년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때부터 방송사들은 전국 지도에 색을 입혀 대선 결과를 설명했다. 처음엔 특정 당을 상징할 색 같은 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 대선 보도에서 대부분의 방송사가 민주당이 이긴 주는 파란색, 공화당이 승리한 주는 빨간색으로 구분했다.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누가 이길까. 빨간색의 수성일까, 파란색의 탈환일까.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여서 대선 결과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선 더욱 그렇다. 미국이 작심하듯 길들이기에 나선 중국이 최대 시장이고 대북(對北) 리스크를 폭탄처럼 안고 사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파란색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우위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미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 등의 분석을 보면 플로리다주에서 바이든 후보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격차가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 다른 경합주에서 근소하지만 바이든 우세가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의 막판 추격에도 빨간색의 확산은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샤이 트럼프'가 두껍게 존재한다. 이를 토대로 갤럽 고위 자문은 트럼프가 압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악몽이 불과 4년 전이다.

예측대로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북 문제는 확실히 다른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TV 토론회에서 김정은을 폭력배라고 불렀다.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에 대해 경고하면서 북한의 핵능력 감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으로선 깐깐한 바이든이 좋을리 없다. 북한 인권 문제에 입도 뻥끗 않던 문재인정부 입장에선 속내가 복잡할 수 있다. 서해에서 벌어진 민간인 피격 만행사건조차 자진월북으로 몰아가며 소극적으로 대처한 정부다.

우리로선 무엇보다 관심 있는 부분이 통상분야다. 최근 코트라(KOTRA)가 '2020 미 대선 후보 경제·산업·통상 정책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 모두 고용확대를 미국 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미국 우선의 일방적 보호무역주의가 계속될 것이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대중(對中)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대동소이하나 궁극적으로 우방과 협력을 중시할 것이다. 그럼에도 무역전쟁은 누가 당선되든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에 있어 미국 노동자보호 조항을 기반으로 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공화당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는 공정거래법 제정을 약속했다. 둘 다 자국 노동자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감세·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성장 정책을 주장하는 반면 바이든은 과감한 재정투입과 친환경 산업 육성에 방점을 뒀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중국과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불가한 '럭비공 스타일'일 뿐이지 자유 국제주의 질서 유지에 있어 미국의 대외정책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보다 오히려 바이든 당선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무역 성과를 얻기 위해 때로는 중국을 위협하고, 때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일관된 목소리로 중국에 변화와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강정책 보고서도 대중 강경 노선 일색이다. 중국의 부당한 환율조작과 덤핑, 불공정한 보조금과 무역관행, 국유기업 남용 행위가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규정했다. 중국은 '아, 옛날이여'를 노래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무역·통상정책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은 2017년 촉발된 미중 무역분쟁과 강화된 수입규제 조치로 된서리를 맞았다. 자동차, 철강 관련 관세 및 세이프가드 등 비관세장벽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유지될 확률이 높아보인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통상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바이든 시대가 열리더라도 '미국 우선주의'는 유지될 것이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기승전정쟁' 아닌 먹고살 정책을 살뜰히 준비하고 있는 걸까. 언제까지 오롯이 기업인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길 텐가.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ktkim@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광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