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하겠다." 한국동서발전이 이 같은 포부를 품고 에너지 분야 특성을 반영한 '동서발전형 뉴딜'을 추진한다. 정부가 추진키로 한 '한국판 뉴딜'에 발맞춰 동서발전만의 성장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5년간 7조원 넘는 돈을 들여 디지털·그린 뉴딜을 포함한 4개 영역에서 일자리 3만8000개를 만든다는 목표다.
생활SOC형 연료전지 시범모델인 파주 연료전지 발전소(사진 위)와 석유화학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소(50MW) 전경. 동서발전 제공
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동서발전 노사는 최근 동서발전형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구조에 대비하기 위해 2025년까지 7조46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청사진이다.
종합계획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수소에너지 트라이앵글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 뉴딜 △발전산업의 디지털화와 디지택트 기반의 인프라 구축을 담은 디지털 뉴딜 △사람중심 안전·환경망 구축 △디지털·그린 인재양성과 사회공헌활동 등 10대 역점분야에서 91개 중점과제를 설정했다.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은 "종합계획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분야·과제별로 진도를 꼼꼼하게 짚어볼 계획"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경제성 부분이 계획에 부합하는지 잘 따져보겠다"고 설명했다.
◇'강원-충청-울산' 수소산업 트라이앵글 만든다= 동서발전은 우선 종합계획에 담긴 그린 뉴딜의 핵심으로 '동서발전형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 로드맵'을 제시했다. 수소를 생산하는 것에서부터 유통(충전), 저장, 소비(발전)까지 이어지는 수소분야 전(全)주기 원천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사업소 거점을 활용해 강원권, 충청권, 울산권 등 3개 권역을 중심으로 수소산업 트라이앵글을 만들 계획이다.
동서발전은 이미 강원권의 2.4메가와트(㎿) 태양광을 활용한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충청권에 세계최초·최대 규모의 50㎿급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도 지난 6월 준공했다. 울산권에선 1㎿급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국산화 실증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국내 수소산업을 선도하고 2025년까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약 500㎿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뿐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친환경에너지 보급에도 나서고 있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형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경기 파주시 북단 도시가스 미공급 농촌에 소용량(8MW급) 연료전지 발전소를 세우면서 연료공급 배관을 도시가스 소외지역까지 연장했다. 얼마 전 발전소가 상업운전을 개시하면서 파주시 월롱면 도내1리의 마을 주민(74세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동서발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파주지역 2단계 사업을 내년에 착공(4개소 총 24MW)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포항시, 인천 강화군 등 전국 도시가스 소외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대상지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력·풍력발전 브랜드化…신재생에너지 특화= 동서발전은 'K-Solar 1000(태양광 1000MW)'와 'K-Wind 2000(풍력 2000MW)' 등 신재생 브랜드도 개발한다. △지역사회와 이익 공유 △국산기자재 사용 △중소기업 산업생태계 조성 지원 △해상풍력발전 기술 선도 등에 특화된 신재생 사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K-Solar 1000 프로젝트에는 2630억원을 투자해 1260㎿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 태양광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셀, 모듈, 인버터 등 주요 기자재를 국산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중소업체와 대기업이 동등한 '어깨동무 협력'으로 새 일자리를 만들고,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도 조성한다. K-Wind 2000에서는 6540억원을 들여 1930㎿ 규모의 육·해상 풍력발전설비를 만든다. 국산 풍력발전기 200기를 설치해 주요 대용량 풍력발전 시스템을 국산화한다는 목표다. 부유식 해상풍력 시스템도 개발키로 했다.
◇"4차 산업혁명 기반"…디지택트 인프라 구현= 동서발전은 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택트 인프라와 디지털 발전소 구축에도 주력한다.
디지택트란 디지털과 콘택트의 합성어로, 코로나19 시대 맞춤형 업무환경 조성에 방점이 찍힌다. 이를테면 비대면 업무환경 기반 마련을 위한 사내 디지털 인프라를 확대하고, 거점형 스마트 오피스 구축, 안전·발전분야 챗봇 서비스 구축, 모바일 업무환경 고도화 등을 추진하는 식이다. 신제품(NEP) 협회 등과 협업해 디지택트 구매상담회를 개최하고, 해외발전소 계획예방정비 시 한국 기자재 공급과 설비 국산화를 지원해 중소기업의 판로도 지원한다. '발전 5사' 정비적격업체 인증을 비대면 심사로 추진하고, 협력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안전교육 이수제를 도입해 중소기업의 업무 편의성도 제공키로 했다.
디지털 뉴딜의 또 다른 축은 디지털 발전소다. 디지털 발전소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브레인(e-Brain) 센터를 중심으로 고장을 예측하고 원격으로 원인을 진단하는 발전소를 뜻한다. 동서발전은 2018년부터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고장예측 원격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 일산과 울산 복합화력, 당진 환경설비로 예측경보시스템(PreVision)을 확대 적용하고, 당진 5호기 보일러, 터빈, 발전기를 대상으로 고장원인진단 시스템(TrenDix)을 개발, 고장 예측이 가능한 디지털 발전소도 구현키로 했다.
이밖에 연구개발(R&D)과 테스트베드를 통한 발전운영, 안전, 환경, 신재생분야의 지능화도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AI를 활용한 복수계통 설비(CWP/SLP)의 기동 시뮬레이션과 IoT,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적용한 감시진단 기술도 개발한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발전부품 3D 스캐닝 형상검사기술 개발도 같이 진행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