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한국교통안전공단이 IT중소기업이 구축해 놓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의 핵심기술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해 오히려 6억50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하지만 공단은 항소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가로채기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최근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지원 구축 협약 등에 대한 소송건과 관련해 공단이 A사에게 8억3600만원을, A사는 공단에 1억86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공단은 A사에 6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교통부는 2010년 17개 시도로 퍼져있던 자동차관리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키로 했다. 당시 이 시스템은 민간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실제 이용고객은 중고차 사업자나 리스사 등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로부터 사업 위탁을 받은 공단은 A사와 협약을 맺었으며 A사는 20억원을 투자해 이용기관정보제공시스템, 기업민원 중계시스템, 통합전자수납시스템 3종의 지원 플랫폼을 구축했다. 수익 배분은 A사 40% 공단 60%로 이뤄졌다. 5년이 지나면 해당 기술의 소유권은 공단이 맡기로 했으며 수익금 배분도 중단키로 했다. 대신 A사는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면서 주 사업인 기업민원시스템을 계속 운영키로 했다.
문제는 A사가 협약에 따라 소유권을 공단에 이전시켰음에도 공단이 원천 기술인 소스코드와 소스코드 접근을 위한 패스워드까지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즉 공단이 운영을 직접 맡겠다는 것으로 A사의 사업은 사실상 중단되게 된다. 재판부는 소스코드와 패스워드는 소프트웨어와 별개의 기술자산이라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는 이와 별도로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채권매입매도시스템 개발과 콜센터 운영도 맡기로 했다. 콜센터의 경우 사업장 운영 및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만만찮은 만큼 0.3%의 수수료를 받고 이를 운영비 재원으로 사용키로 공단과 합의했다. 이 시스템은 지원 플랫폼 3종과 달리 공단의 투자비 보전 약정이 없던 서비스였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수요가 많았고 수익성이 좋아지자 공단은 수익금의 일부를 달라고 요구했으며 양측은 2013년 1월 수수료를 0.415%로 올리고 공단이 수익의 40%를 챙겨가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리고 공단은 현재 이 운영권마저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사측은 전했다. 이 경우 0.4%의 수수료 수익은 모두 공단이 가져가고 A사는 갑자기 사업을 잃게 된다. 이 시스템은 지원 플랫폼과 별개의 내용이어서 소유권을 넘겨줄 이유가 없다는 게 A사 측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A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 관계자는 "시스템 운영권을 박탈당할 기업민원시스템의 서비스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협약사는 사업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소스코드 및 소스코드 접근 패스워드의 요구는 기술탈취를 넘어 협약사의 기업민원서비스 사업 탈취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송 과정에서도 의아스런 일이 발생했다. 해당 시스템이 소유권 이전 등의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단은 국토부에 채권시스템 고도화 등을 위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공단이 해당사업을 통한 수익금을 받아온 만큼 해당 자금으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채권시스템과 콜센터는 민간 기업 자산인 만큼 국고를 투입할 근거가 없다는 게 사측 논리다. 공단 측은 수익금이 시스템 운영비용으로 쓰인 만큼 고도화 작업에 필요한 예산은 따로 편성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일단락됐지만 공단은 항소를 준비 중이고 A사는 김희국(국민의힘) 의원실에 공단 해명에 대한 반박 자료를 전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 시스템은 전체 차량 신규·말소의 15%가량을 차지하며 특히 기업민원이 대부분인 만큼 폐차·말소의 경우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황금알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2010년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권리 관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공단은 영리기관이 아닌 만큼 이익을 위한 소송도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