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내년 4월 치르는 보궐선거에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스스로 약속을 파기했다"며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 당원 투표를 거쳐 당헌 개정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이후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낼 것인지 당 안팎의 의견을 들어 늦기 전에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며 "그 결정의 시기 왔다고 판단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앞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후보 공천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최고위에서는 당헌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헌 제96조 2항에 당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당헌대로 한다면 내년 4월 보궐선거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 의혹에 기인한 것이라 공천을 할 수 없다. 민주당이 공천의 선제 조치로 전 당원 투표에서 당헌개정을 의결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서울과 부산은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됐다. 당헌대로면 두 곳 보궐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내기가 어렵다"면서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들었다"고 전 당원 투표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라 오히려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며 "최고위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개정 여부를 전 당원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 그 이후 결단은 전 당원 투표 결과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두 전 시장의 성 비위 논란을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소속 시장 잘못으로 시정을 공백 초래하고 보궐선거 치르게 돼 서울·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 특히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린다"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지 당원 여러분께 여쭙게 된 것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천 포기를 요구해왔던 국민의힘은 매섭게 따지고 들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청사에서 가진 전북지역 정책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들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안 낼 것이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규한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곧바로 논평을 내고 "(전 당원 투표를 한다는 것은)당헌을 어기고 사실상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라며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깨버렸을 때처럼, 이번에도 '비난은 잠시'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황 부대변인은 "전 당원 투표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나. 마치 '당원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인 것 마냥 포장하려는 민주당의 행태가 비겁하다"면서 "차라리 꼭 후보를 내야겠다고 솔직해져라"고 질책했다. 황 부대변인은 "진심으로 공당의 도리를 다하고 싶다면,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죄한다면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며 "만약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끝까지 공천을 강행한다면 국민들께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